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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을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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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키는 법        

- 백소영 교수 (이화여대)


힘이 있어야 지키는 줄 안다. 하여 누군가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그것이 재력이든 권력이든 아니면 물리적 힘이든 ‘보이고’ ‘과시할 만한’ 힘을 가지려 안달이다. 그러나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는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상사를 지켜내는 비서가 등장한다. 비서학과를 나와서 노하우가 전문화되어 있는 경우도 아니요, 스펙 좋은 명문대 출신이라 외국어나 문서작성 능력이 탁월한 경우도 아니다. 주인공 ‘은설’의 자기소개서에는 ‘고등학교 때 조금 놀았고 대학교 때는 등록금 투쟁하느라 학점관리에 소홀했다’는 솔직한 고백이 들어있다. 천방지축에, 욱하는 성질까지 있어 아무래도 비서감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은설은 자신의 상사 ‘지헌’의 공황장애를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이다. 지헌의 아버지나 할머니도 못 알아챈 지헌의 상태를 은설은 어찌 그리 금세 알아챘을까? ‘한 영혼을 향한 진심어린 시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알바는 종류별로 안 해 본 것이 없다는 ‘88만원 세대’의 대표주자 은설이 처음으로 갖게 된 ‘제대로 된 직장’이었다. 입사 전 본의 아니게 자기가 막대한 손해를 끼친 회사임을 뒤늦게 알고서 미안한 마음에 더욱 열심을 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설은 사람을 진심으로 지켜볼 줄 아는 아가씨다. ‘나면서부터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지헌의 까칠하고 철없는 행동을 한심해하기는 했으나, 수행비서로 그를 가까이 지켜보는 동안에 은설은 지헌이 사람 많은 장소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가림만 하거나 겉만 보는 비서였다면 ‘못난 놈이 가지가지 못났다’ 뒷말만 했으리라.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연설인데 정작 당일에는 입도 못 떼고 식은땀을 흘리는 지헌을 보며 그것이 ‘장애’임을 알아보았기에, 은설은 불성실하고 무례하다고 펄펄 뛰는 지헌의 아버지를 막아설 수 있었다. “지금은 설명드릴 수 없지만, 분명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 지헌의 편에 섰던 은설은 경영권 승계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놓고 두려워 포기하려는 지헌을 위해 기가 막힌 방법을 고안해냈다. 지헌이 그간 준비한 내용을 편안히 홀로 녹화한 영상물을 공식회의장에 들고 뛰어 온 은설을 보며 난 탄성을 내었다. 그녀의 진심이 ‘보스를 지켰다.’

‘확 꺾기는 내 마음이 아프니 너는 그냥 상한 채로 쭉 살아라,’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는 예수는 설마 그런 마음이셨을까? 

‘에라, 이 못난 갈대야! 남들 다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는 동안 넌 도대체 뭘 한 거냐?’ 윽박지름도 없이, 그러나 현재의 그 ‘상함’을 함께 가슴아파하며, 그리고 그걸 치유하려는 진심어린 관계성 속에서 예수는 분명 수많은 기적을 이루신 분이다. 그가 만난 병자들에게 아프기 전의 온전한 모습을 기억케 하고, 믿게 하고, 회복시키신 분이다. 그 진심어린 시선을 은설에게서 본 거다. 

마지막회 즈음에는 결국 지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공개연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조된 원래의 모습, 상처입기 전 지헌의 본모습을 기억케 하고 믿게 하고 현실로 불러내는 일에 조력할 진심을 가진 은설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 사람은 그리 ‘진심’어린 시선으로 지키는 거다. 아픔을 제일 먼저 알아봐주고, 그 아픔을 공감하며,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심으로.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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