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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한 가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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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 만들기 

- 정석환 교수 (연세대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
 

인생을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만나고 형제, 자매, 친구들과 만나고 직장 동료, 이웃, 배우자 그리고 자녀 등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어찌 보면 만남의 연속이고 그 인생이 행복한 삶을 살았느냐, 불행한 삶을 살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만난 그 만남의 사건이나 만남의 질이 기쁘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의미가 있었는가, 아니면 병들고 비틀어지고 꼬여서 그 만남을 통해 상처를 입고 울부짖는 그런 불행한 만남의 사건들이었는가 하는 것에 의해 가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만남의 시작은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주어진다.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제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도가 가정이라 믿는다. 인간의 탄생이 있고 인간의 성장과 성숙이 바로 가정에서 시작되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을 등산의 베이스캠프로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등산의 과정에서 정상을 정복하는 공격조가 관심을 받기 쉽지만, 사실 정상 정복에는 든든한 베이스캠프의 역할이 가장 필수적 요소다. 세상이라는 산을 정복할 때도 가정이라는 튼튼한 베이스캠프의 뒷받침과 안식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이상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들의 가정을 행복하고 건강한 베이스캠프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먼저 건강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신의 모습대로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50년이 넘도록 교회를 다녀오면서 내 마음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가장 좋은 교회 표어는 “그리스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사 섬기게 하신다!”이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협박하여 공포분위기 속에서 따르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하사 섬기게 하신다는 말이다. 얼마나 상큼하고 신선하며 멋진 말인가. 우리가 그리스도와 세상을 섬기도록 결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체험이듯,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의 필수적 요소는 가족 구성원들의 사심 없는 사랑의 체험이다. 이 사랑을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듬뿍 받고 자랄 때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건강한 성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심리적 산소’라 부른다. 이 심리적 산소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부모들의 잘못된 사랑으로 오염된 산소가 공급이 되면, 소위 발달결핍으로 인한 여러 가지 모습들의 성격장애로 평생을 자신과 타인을 괴롭히며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신경증적 성격장애나 타인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정신증적 성격장애,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골고루 괴롭히며 살아가는 경계선적 성격장애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장애는 자신의 대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결혼생활과 자녀와의 관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대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유산은 많은 재산이 아니라 건강한 성격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하는 결단과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흔히 사랑이란 훈련 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착각 때문에 사랑한다는 사람들 사이의 분쟁과 갈등이 더 심각한 것이다. 우리들의 감정은 사랑이나 분노의 감정까지도 훈련을 거쳐 표현돼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행복한 가정도 결코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쉽게 온 행복은 쉽게 떠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에게 주신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시작한다는 실천의 의지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먼저 웃음으로,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조그만 노력으로 사랑의 훈련을 실천해 보자. 모든 만남은 하늘의 선물이다. 하늘의 선물은 귀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자에게 더욱 풍성하게 쏟아진다. 이 아름다운 가을, 오고 싶은 가정을 만들자. 행복한 가정의 지름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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