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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버지 양복 한 벌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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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우리 가족은 좀처럼 웃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와 열두 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 때문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세탁소 유리문엔 ‘양복 한 벌 4천 원’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다. 양복 한 벌을 드라이 클리닝하는데 4천 원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막둥이는 양복 한 벌 값이 4천 원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얼마 전 아버지의 생신날 밤이었다. 우리 네 딸과 막둥이가 전날 정성을 다해 쓴 편지와 선물을 드렸더니 아버지는 그 편지를 하나하나 큰소리로 읽으셨다. 내 편지를 시작으로 둘째, 셋째의 편지... 그리고 막둥이 차례가 되었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버지의 생일을 추가해서 선물을 살라고 그랬는디 돈이 모자라서 사지 못했어요. 양복이 4천 원이라고 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3,800원밖에 못 모아서요. 아버지 죄송해요. 다음 생일에는 꼭 양복 사 드릴게요. 생신 축하드리고 사랑해요.”전라도 사투리와 말도 안 되는 어법과 어색한 존대 말을 섞어 가며 쓴 편지였다. 곧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한참을 웃다보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냥 대충 선물을 사던 나와는 다르게 한 달 전부터 장난감도 사지 않고 2백 원 5백 원씩 돈을 모으고, 또 양복을 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막둥이의 마음 씀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였을 것이다. 그 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막둥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조그만 몸 안에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흘러나오는데...’하고 생각하니, 큰딸인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효도는 나이가 들어서 물질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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