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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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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다가 겪은 일입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버스 안은 바깥 날씨만큼 춥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버스 맨 뒤에 혼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창 밖을 보니 40대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제가 탄 버스에 오르려 하더군요. 남편인 듯한 사람은 자신의 요금만 낸 채 먼저 올랐습니다. 그러더니 뒤도 보지 않은 채 창가 쪽 자리에 혼자 앉았습니다. 남의 집일이지만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습니다. ‘어쩜, 길가에서도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에 남자는 차도 쪽으로 걸으며 여자를 에스코트하는데, 저 남편은 정말 매너 없네. 남편 맞나?’생각은 꼬리를 물고 두 사람의 부부사(?)까지 상상해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부부간의 배려와 이해? 사랑? 모두 신혼시절 한 때인 거야. 내가 이래서 결혼하기 두려운 거라고.’최근 들어 주위에서 헤어지는 부부들이 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심한 회의를 느낀 터였습니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그때, 부인은 먼저 차에 오른 남편이 무심하지도 않은지 남편이 앉은 좌석 쪽으로 생글거리며 다가왔습니다. 지켜보는 제가 더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창 밖만 바라보고 있던 남편이 몸을 일으켰습니다. ‘왜 일어나는 거지? 설마 아내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온갖 나쁜 상상을 다 하는데 갑자기 남편은 통로 쪽 좌석으로 옮겨 앉으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여보, 어서 와. 내가 데워 놨어. 내 엉덩이 난로 실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봐. 별로 안 따뜻하네. 그래도 빨리 앉아. 다 식는다.”그러면서 자리에 앉는 아내의 어깨를 폭 감싸 안는 것이었습니다. 머리를 꼭 맞댄 부부의 뒷모습...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영원한 부부간의 사랑은 없다고 믿었는데...그 부인이 앉은 자리.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난로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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