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가난한 농부와 부자

언젠가 가난한 농부가 죽어서 천당에 갔다. 천당에 당도하니, 문 앞에는 유복하게 살다온 것이 분명한 어떤 사람이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쯤 지나자 베드로가 문을 열고 부자부터 맞아 들였다. 농부가 문틈으로 들여다보지 두 사람은 황금의 도시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놀라운 광경이 전개되었다. 천사 합창대가 웅장한 바하 합창곡을 노래하며 베드로와 부자를 환영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연도를 가득 메우고 환호성을 질러대는 것이었다. 소란이 가라앉자, 베드로는 짤막한 환영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하나님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편안히 지내십시오. 이어서 부자는 거리를 걸어 내려갔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환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베드로가 다시 성문을 열고 가난한 농부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농부가 도시에 들어가니 몇몇 사람들이 정답게 인사할 뿐 천사 합창대도 거대한 군중도 눈에 띄지 않았다. 베드로가 열띤 음성으로 하나님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편안히 지내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농부는 심히 속상해 베드로에게 불평했다. 이 곳에서마저도 차별대우를 하는군요. 저는 부자가 온갖 특전을 누리고 가난한 사람이 박대 받는 것을 평생토록 목격하면서 산 사람입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집에 가면 모두가 평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문안으로 들어설 때는 군중도 합창대도 영접해줄 생각은 않는군요.

사랑하는 벗이여, 그대가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것은 무리는 아니오만베드로가 농부를 달래며 말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오. 앞으로 보면 알겠지만. 모든 면에서 그대나 그 부자나 똑같을 거요. 그대는 오늘이 특별한 날이란 걸 이해해주어야 하오. 이곳에 가난한 농부는 매일같이 들어오지만, 부자가 들어온 건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