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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자린고비와 어사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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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313. 자린고비와 어사 박문수

조선 숙종,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1691-1756)는 어느 날 나그네 차림으로 청주 자린고비 집에 찾아들었습니다. 이유인즉 청주 땅에 기근이 들어 만백성이 죽어 나가고 있는 판인데 자린고비는 저만 배터지게 먹고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하여 쌀 한 톨 내놓는 법이 없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사 박문수, 사정 사정하여 하룻밤 식객 노릇을 하는데, 내 온 밥상이란 것이 개다리소반 위에 깡 보리밥 한 그릇, 간장 종지 하나 달랑 올라 있습니다. 그것도 밥이라고 얻어먹고  자리에 누운 어사 박문수는 자린고비의 인색함과 매정함에 전율을 느끼며, 내 이 놈을 어떻게 손을 봐야하나 하고 벼르고 별렀습니다.

그렇게 한 밤 중이 되어 가는데 갑자기 집안이 소란합니다. 이유인즉 살쾡이가 닭장에 들어 암탉 한 마리를 물고 갔는데 그 놈 잡는다고 야단법석이라는 것입니다. 한 밤중에 도망친 살쾡이를 어떻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잡지 못했지요.

얼마 후, 어사 박문수는 잠자는 척하고 누웠는데 자린고비가 하인을 보내서 안방에서 좀 만나고자 한다는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며 안방에 들었습니다. 수인사를 마친 후 자린고비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녁나절에 내 집에 든 손님을 멀리서 보고 예사 사람이 아니고 나라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보았소. 그건 그렇고,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로 내 재산을 모두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내놓을 터이니 손님께서 이를 잘 처리해 주시오.

나는 그 동안 나나 식구들이나 하인들 모두에게 내 집 안에 들어 올 때는 무엇이든 한 가지 씩 들고 들어오라고 하였고, 내 집 안에 있는 것은 지푸라기 하나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리고 나로부터 온 집안 모두가 그 명령대로 살아왔소. 그러자 이 후 내 집은 불일 듯 일어났소. 농사가 만석이요, 소가 천 두요, 나귀가 오 백 겨리요, 금은보화가 산처럼 쌓였소.

그런데 오늘 밤 살쾡이가 암탉을 물고 갔소. 이유야 어떠하든 아무튼 내 집 안의 것이 오늘 처음 내 집 밖으로 새어나간 것이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하시오? 花無十日紅이요, 權不十年이라,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 것이오. 하늘이 그 동안은 내 재물이 늘어났으나 앞으로 내 재물이 썰물 같이 빠져나갈 것임을 미리 알려주시는 첫 징조인 것이오. 그러므로 나는 어차피 내 손에서 빠져나갈 재물을 두고 구차하게 붙잡아보겠다고 怏怏不樂 할 마음이 전혀 없소이다. 그러하니 손님께서 이 재물을 백성을 위하여 잘 써주시오.

어사 박문수는 자린고비의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 오늘 주인 영감으로 인하여 과연 大道無門이란 말이 虛言이 아님을 깨닫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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