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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과연 옳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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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319. 과연 옳은 일인가?

고려 충선왕이 왕자 신분으로 중국 원나라에서 볼모 살이 할 때 한 여인을 너무너무 사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충렬왕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기 위하여 고려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 여인과 함께 귀국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충선왕은 너무 가슴 아파 이별의 정표로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귀국 길을 한참 가다 충선왕은 도저히 그 여인을 잊을 수 없어 이제현에게 그 여인의 형편을 살펴보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이제현이 그 여인을 찾아가 보니 여인은 충선왕과의 이별이 가슴 아파 병들어 누워있었습니다. 그녀는 겨우 일어나 별리의 슬픔을 절절이 노래한 詩 한 수를 썼습니다.

떠나시며 보내주신 연꽃 한 송이
처음엔 너무 붉었는데
줄기 떠난 지 며칠 못되어
그 초췌함이 지금 제 모습과 같습니다

이제현은 그녀의 시를 충선왕께 전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전하, 그 여인을 찾아갔더니 술집에 앉아 젊은 사람들과 질탕하게 놀아나는 데 바빠 제대로 만나 이야기할 틈도 없었습니다 라고 거짓 보고를 올렸습니다. 충선왕은 너무도 분하여 배신감에 진저리를 치며 침을 뱉으며 그녀를 욕하고 그녀를 잊었습니다.

고려에 돌아 온 이듬해 충선왕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이제현은 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술잔을 올리고 갑자기 뜰 아래로 내려가 전하, 죽여주옵소서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하고 엎드렸습니다. 영문 모르는 왕이 그 이유를 묻자 소매에서 그녀의 시를 꺼내 바치고 그 때 일을 사실대로 아뢰었습니다. 충선왕은 내가 그 때 그녀의 이 詩를 보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녀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경이 나를 사랑하여 거짓을 말하였으니 어찌 벌 줄 수 있겠는가 오히려 큰 충성이 아니겠는가 라고 하였습니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쓴 성현은 이제현의 행동을 옳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후에라도 이제현이 그 여인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하여 힘썼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나라를 위하여 라는 명분 앞에 한 여인의 지순한 사랑을 그처럼 매도한 이제현의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한 사람이 전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유익하다(요18:14)고 하여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고발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한 가야바의 논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일인 독재로 전체가 고통받는 것도 안 될 일이나, 전체의 유익을 위한다고 죄 없는 한 사람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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