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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한규의 사랑칼럼) 아름다운 천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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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21 (제 32호)      아름다운 천사클럽

  IMF로 고통 받던 98년 가을의 일입니다. 어느 날, 성경 공부 교재를 만드는데 4만원을 주기로 하고 복사집에 복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교재를 찾을 때 복사집 주인아줌마가 갑자기 6만 4천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지나친 가격이라 생각되어 그 얼마 전에 복사했던 것의 영수증을 제시하며 그 가격이 지나침을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내 나름대로는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인의 반응은 전혀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큰 복사집이라 그곳에는 몇 명의 직원이 더 있었는데, 나는 그 순간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쩨쩨하게 구냐?” 하는 시선이었습니다. 나도 쩨쩨한 모습은 싫었지만 교회의 돈은 성도들의 땀이 깃든 소중한 돈이기에 소중하게 잘 쓰여야 한다는 무의식적 태도로 그 순간에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가격 문제로 잠깐 실랑이를 하는데, 갑자기 주인아줌마의 얼굴이 변하더니 옆의 남자 직원에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야! 그 교재 갈기갈기 찢어버려!” 그리고 내게도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가세요!” 그때 나는 그분의 얼굴에서 흉측한 마귀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 말에 내 마음도 격해졌지만 그냥 말없이 몸을 돌려 복사집에서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잠깐 머리를 숙여 기도하는데, 마음에 이런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목사야!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그러면 교회의 인상이 나빠지게 된다. 교회의 돈도 소중하지만 먼저 저들의 마음을 아울러 주어라. 그리고 지금은 IMF 시대인데 종이 한 장도 아껴야지.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다 주고 그냥 교재를 받아와라!”

  마음이 침착해졌습니다. 나는 즉시 복사집으로 돌아가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아줌마! 제가 아줌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것 같군요. 서로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속이 상해도 이 IMF 시대에 이미 만든 교재를 아깝게 그냥 버리면 됩니까? 그냥 저에게 주세요.” 그리고 6만 4천 원을 내밀었습니다.

  갑자기 복사집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곧 그분의 태도도 공손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 부른 가격보다도 더 싸게 3만원만 받고 나머지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나는 “아줌마도 이익을 보셔야지요!” 하고 도로 6만 4천 원을 다 줬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막무가내로 안 받았습니다. 나는 막무가내로 줬습니다. 서로 돈을 양보하던 바로 그 순간에 나는 그분의 얼굴에서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흉측한 마귀가 아름다운 천사로 변하기까지는 채 십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양보의 위력이 얼마나 놀랍습니까?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면 마귀 같던 사람이 어느새 천사 같이 변해 내게 다가올 것입니다. 각박한 이 세대에 용서와 양보를 먼저 실천하는 ‘아름다운 천사클럽’의 한 회원이 되지 않겠습니까?

ⓒ 이한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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