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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흔들리지 않는 나라 (히 12: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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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나라 (히 12:18-29)


초대 교회 성도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심한 핍박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유대인들의 방해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또 당시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의 정책도 처음에는 상당히 너그러웠습니다. 때문에 복음서 기자들이나 사도 바울도 로마에 대해서 대체로 좋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먼저는 교회를 대하는 유대인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의외로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믿기 시작했기 때문에 교회에 대해서 반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로마 당국도 처음과는 달리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교회를 위험 집단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마가 가장 싫어하는 기존 체제에 저항하는 불순 세력으로 간주해서 교회를 핍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마 황제 중에는 자신의 실수를 교회 탓으로 돌림으로써 책임을 면하려고 한 네로 황제 같은 인물도 있었습니다. 하여간 교회에 대한 핍박이 심해지자 사람들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믿음이 흔들리고 의심이 생겼습니다. “과연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그 결과 다시금 유대교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런 교회의 위기 상황에서 히브리서 기자는 성도들로 하여금 믿음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이 편지를 썼습니다. 다시금 유대교로 돌아가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비록 고난이 있고 순교의 위험이 있지만 예수를 믿는 믿음을 잃지 말 것을 권면하기 위해서 이 편지를 썼다는 말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을 굳게 지켜야 할 이유를 말하는 가운데 시내 산과 시온 산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유대교로 돌아가지 말 것을 강하게 호소했습니다. 그는 봉독한 본문 말씀을 통해서 아주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현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18절부터 21절까지 말씀으로 주로 출애굽기와 신명기가 소개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묘사로서 시내 산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22절부터 24절까지 말씀으로 초대 교회가 그렇게 간절히 소망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묘사로서 시온 산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현상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히브리서 기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만질 수 있고 불이 붙는 산과 침침함과 흑암과 폭풍과 나팔 소리와 말하는 소리가 있는 곳에 이른 것이 아니라.”(히 12:18~19 상반절) 무슨 말입니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시내 산 현상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시내 산 현상인 율법에 평생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복음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맛보기는 했지만 그러나 율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마치 출애굽한 히브리 노예들이 광야에서 끊임없이 애굽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어떤 조직이나 사회를 개혁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옛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옛날 시내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 의미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광야 생활을 시작한 히브리 노예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계시하셨습니다. 율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 율법이 주어지는 상황이 매우 특이했습니다. 모세가 시내 산에 오를 때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산 위에 우레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이 있었고 나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진중에 있던 모든 백성이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현상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슴속에 강렬하게 새겨졌습니다. 화산 폭발과 지진 같은 자연 현상은 사람들에게 신적인 사건으로 인식되기 쉬웠을 것입니다. 두려운 자연 현상이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종교심 같은 것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초대 교회 성도들이 시내 산 현상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서 기자는 시내 산 현상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가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너희가 이른 곳은 시온 산과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과 천만 천사와 하늘에 기록된 장자들의 모임과 교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및 온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과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와 및 아벨의 피보다 더 나은 것을 말하는 뿌린 피니라.”(히 12:22~24) 히브리서 기자가 여기서 나열하고 있는 상징적인 말들은 쉽게 말해서 시온 산은 하나님의 도성이고 하늘의 예루살렘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내 산에서 벌어진 일은 역사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가리키는 자연 현상인데 반해서 시온 산과 관련해서 등장하는 말들은 완전히 영적인 세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불, 구름, 폭풍은 시내 산의 현상입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도성, 하늘의 예루살렘은 시온 산 현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사건에서 하나님을 인식했던 반면에 초대 교회 성도들은 영적인 사건에서 하나님을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금 이 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들에 기대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가 이른 곳은 시온 산”이라는 말을 오늘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잘 믿고 있으니까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에 우리가 바른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시내 산 현상, 즉 율법주의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시온 산 현상이 가리키고 있는 영적인 세계를 우리가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시온 산 현상, 즉 복음의 세계를 별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끝으로 히브리서 기자는 아주 직설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복음을 포기하고 율법으로 되돌아가려는 초대 교회 성도들뿐 아니고 오늘 우리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들려 주고 있지 않습니까? "너희는 삼가 말씀하신 이를 거역하지 말라 땅에서 경고하신 이를 거역한 그들이 피하지 못하였거든 하물며 하늘로부터 경고하신 이를 배반하는 우리일까 보냐?“(히 12:25) 무슨 말입니까? 간단히 말해서 모세가 전해 준 율법을 어긴 자들이 벌을 받았다면 주님이 친히 주신 복음을 배신한 자들이 받을 벌은 더욱 무겁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율법이 주어질 때 땅이 진동했습니다. “시내 산에 연기가 자욱하니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서 거기 강림하심이라 그 연기가 옹기 가마 연기 같이 떠오르고 온 산이 진동하며.”(출 19:18) 그런데 히브리서 기자는 선지자 학개의 예언을 인용하여 마지막 날에 온 천지가 진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조금 있으면 내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육지를 진동시킬 것이요 또한 모든 나라를 진동시킬 것이며...”(학 2:6~7 상반절) 천지가 진동하는 것은 흔들리는 것 모두를 멸하기 위해서라고 히브리서 기자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흔들리지 않는 것만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즉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은 우리는 받은 바 그 은혜에 더욱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마땅합니다. 아울러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기는 삶을 살아야 마땅합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받은 바 그 은혜를 소멸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시내 산이 아니라 시온 산에 와 있습니다. 시온 산에는 흑암도 없고 폭풍도 없고 불도 없습니다. 대신에 하늘의 예루살렘이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불과 구름과 폭풍의 방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사건으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누리게 될 미래의 생명이 있습니다. 이 생명을 소망하는 사람은 결코 시내 산 현상 따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삶의 현장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때문에 겪게 되는 고초가 있습니까? 좀 더 편한 길을 걷고 싶은 유혹 때문에 흔들리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감사하는 자가 되기 바랍니다. 왜냐 하면 우리가 겪는 그 모든 어려움이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흔들리는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만이 영원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소멸하는 불이십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킴으로 말미암아 장차 주님의 나라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토록 왕 노릇하게 되는 참으로 복되고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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