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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어버이주일] 약속이 있는 첫 계명 (엡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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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는 첫 계명 (엡 6:1-3)  

1. 효(孝)를 찾기 어려운 시대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어버이께 감사하고 효도 잘하고자 다짐하는 날이지요.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깜짝 놀라는 것이 노인 공경과 부모 공경입니다. 서양인들은 대개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면 완전히 독립을 합니다. 한 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함께 사는 가정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연로하셔서 거동이 불편해지면 곧바로 양로원에 모십니다. 이렇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서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모습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지요. 우리 교회에서도 삼대가 함께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정이 있습니다. 그 집에 심방을 가게 되면 따뜻한 가족애가 절로 느껴져 언제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서서히 서구화되어서 핵가족화 되는 가정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병든 부모님을 버리거나 전화 한 통 안 걸거나 집에 한 번도 찾아뵙지 않는 자녀들이 늘어만 갑니다. 심지어 보험금을 타먹겠다고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들도 가끔씩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효(孝)가 땅바닥에까지 떨어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마음을 고쳐 회개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순종하는 자녀들이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2. 첫째 가는 계명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계명이 십계명인데, 그 십계명 중에 다섯 번째 계명이 부모님에 대한 계명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 12).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 5: 16).

이 십계명 중에서 처음 네 가지 계명은 모두 인간이 하나님을 향하여 지켜야 할 수직적인 계명들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가지 계명이 땅위에 살면서 이웃을 향하여 지켜야 할 수평적인 계명들이지요.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계명들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부모 공경에 대한 계명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 봉독한 에베소서 6장 2절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라고 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계명이요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부모님께 순종하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첫 계명입니다. 이것은 “한 번 해볼래?” 하는 권유형이 아닙니다. 무조건적 명령형입니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다 무조건 지켜야 할 법입니다. 

사실 십계명의 명령법을 살펴보면 여덟 가지가 “∼을 하지 말라”는 부정형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하지 말라” 일색이지요. 오직 두 가지만 “∼을 하라”는 긍정 명령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식일 거룩히 지키라”는 제 4계명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만 긍정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안식일과 부모 공경에 대한 계명만 제대로 지키면 “하지 말라”는 나머지 계명들은 저절로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안식일을 지키라는 네 번째 계명 하나 때문에 나라를 잃고 2천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민족적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켜주었다”라는 것이지요. 안식일 하나를 철저히 지켰더니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십계명의 처음 네 계명은 저절로 지켜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 공경만 제대로 하면 이웃 사랑에 관한 십계명의 여섯 가지 계명은 저절로 지켜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첫째로 중요한 부모 공경을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야 할 것입니다. 
  

3. 부모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1) 순종하라(OBEY)

오늘 봉독한 에베소서 6장 1절에서 바울 사도는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고 했습니다. 옳다는 말씀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부연설명도 필요 없이 지극히 온당한 말씀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 그동안 부모님 말씀에 얼마만큼 순종했습니까? 자녀들을 길러보면 무슨 말을 해도 그저 묵묵히 잘 순종해주는 자녀들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 자신이 생각해도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마저도 아무 불평 없이 순종해주는 자녀가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부모가 무슨 말만 해도 업신여기고 구박하고 함부로 대드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그런 자식들은 부모의 마음을 얼마나 서운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주자십회(朱子十悔), 즉 주자가 가르친바 사람이 후회하는 열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가령 젊어서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少不勤學 老後悔). “담장을 미리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후에 후회한다”(不治垣墻 盜後悔). 이 주자십회 중에 가장 첫 번째 후회가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입니다. 즉, 부모님 살아계실 때 불효하면 돌아가신 뒤 후회한다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순종하십시오. 청개구리처럼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사사건건 불순종하다가는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법입니다. 

지난 목요일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라는 TV프로를 보니까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너무 불효하고 불순종한 것이 뼈에 사무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함을 자기가 운전하는 트럭 안에 모시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50대 초반의 아들은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때에도 먼저 정성껏 음식상을 차려서 차안에 있는 아버지 유골함에 갖다 바친 후에야 식당에 돌아가서 편하게 음식을 들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나 불효에 대한 뼈저린 자책감은 충분히 공감이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돌아가신 다음에 그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순종하십시오!  

(2) 공경하라(HONOR)

그 다음에 사도 바울은 2절에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고 했습니다. “공경”이란 말은 존경하고 높이라는 뜻이지요. 어떤 사람은 부모는 못 배웠으니까, 가난하니까, 병들었으니까, 못 생겼으니까, 구시대니까 하면서 무시해버립니다. 도무지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출퇴근을 할 때 거들떠보지도 않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톡톡 쏘아붙이고 대드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모두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어려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요즈음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을 너무 귀하게만 기르다 보니까 자식들을 이기적인 철부지로 만들 때가 많습니다. 그리하여 부모는 자기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필요한 도구처럼 함부로 떼를 쓰는 자녀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형편에서든지 항상 부모님을 공경하는 자녀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4. 약속이 있는 계명

(1) 형통의 약속

효도에 대한 계명은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계명입니다. 

부모님께 순종하고 부모님을 잘 공경하면 어떤 축복을 약속받습니까? “이로써 네가 잘 되고”(3a). 부모님께 지극한 효성을 다하는 가정의 자녀들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분이 부모님께 잘 해보십시오. 여러분이 하는 일마다 형통하는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2) 장수의 약속

“땅에서 장수하리라”(3b). 여러분, 땅에서 무병장수하기를 원하십니까? 힘써 효도하십시오. 그리하면 오래오래 살게 될 것입니다.
  

5. 효도하는 자녀들 

독일 속담에 “한 부모는 열 자녀를 길러도 열 자녀는 한 부모를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효도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성경을 읽어보면 부모님께 순종하고 부모님을 공경하여 복을 얻은 이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노아의 두 아들 셈과 야벳을 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 노아가 포도주를 마신 후 크게 취해서 큰 대(大)자로 누웠습니다. 장막 안에서 그야말로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고 추태를 보인 것이지요. 이 때 이 광경을 제일 먼저 발견한 함은 평소에 아버지를 공경하는 마음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치부를 가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실수를 고자질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형 셈과 동생 야벳에게 신바람이 나서 일러바쳤습니다. 

하지만 셈과 야벳은 함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아버지가 실수한 이야기를 듣고서는 맞장구를 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아버지의 허물을 덮어주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아버지가 누워있는 장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에게 덮어줄 겉옷을 어깨에 걸친 채 아버지의 부끄러운 치부를 보지 않으려고 뒷걸음질 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아버지의 하체를 가려주었습니다. 셈과 야벳은 평소에도 아버지를 항상 두려워하며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이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셈과 야벳은 축복을 받았지만 함은 두 형제를 섬겨야 하는 종의 저주를 받게 된 것입니다. 

또 한 사람 룻도 비록 이방 여인이었지만 지극 정성을 다하여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순종하고 공경했을 때 다윗의 할머니가 되었고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그 이름이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 제자인 요한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하셨습니다.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요 19: 27). 사실 예수님만큼 위대한 효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위로 하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려 온갖 고초를 다 겪으셨습니다. 아래로 땅의 어머니를 공경해서 죽기까지 어머니의 안부를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님은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가 되신 것입니다. 

사실 땅에 보이는 부모님께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 하늘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순종할리 만무합니다. 아래로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위로 하나님을 공경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을 공경하는 신앙은 효도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어버이 주일을 맞이해서 부모님께 순종하십시오. 부모님을 공경하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이웃과의 관계에서 행해야 할 첫째로 중요한 계명입니다. 그런데 이 계명에는 약속이 주어집니다. 부모님께 순종하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자식들마다 형통할 것입니다. 땅에서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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