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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수님의 사랑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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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편지] 예수님의 사랑도 그랬다  

- 이철환 동화작가
 

어릴 적, 내가 독감을 앓았을 때 일이다. 나는 온종일 방안에만 누워 있었다. 저녁 무렵 정신이 들자 빵이 먹고 싶었다. 엄마한테 빵을 사 달라고 조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묘안(?) 하나를 떠올렸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면서 엄마한테 빵이 먹고 싶은 내 마음을 넌지시 전하는 것이었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애플빵. 애플빵은 서울빵." 몇 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엄마가 주신 것은 빵이 아닌 매였다. "네가 지금 왜 맞는 줄 알지?" "네…. 빵 사 달라고 졸라서요." "아니야, 넌 아직 어리니까 빵이 먹고 싶으면 조를 수도 있어. 하지만 손님이 계신데 그러면 엄마가 뭐가 되니? 자식 잘못 가르쳤다고 얼마나 흉보겠어, 응?" 종아리가 붉어지도록 매를 맞았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며칠 후였다. 엄마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셨다. 엄마 얼굴 한쪽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엄마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우리들에게 애플빵을 하나씩 나눠주셨다. "어서 먹어라, 우리 막내 이 빵 먹고 싶어했잖아." 철없던 나는 손에 빵을 들고 키득거리며 좋아했다. 엄마는 빵과 함께 돼지고기도 사 오셨다. 우리 식구는 몇 달 만에 고기를 맛보며 행복해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입학식 날, 엄마는 삼겹살을 구워 주시며 마음속에 꼭꼭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우리 막내, 엄마가 예전에 애플빵 사다 주던 날 기억하니?" "네, 기억나요." "사실은 그날 말이야, 엄마가 길에서 넘어져서 다친 게 아니었어.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버스 기사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그만 넘어졌지 뭐야. 그러다 의자에 얼굴을 부딪치게 된 거고…." 엄마는 쓸쓸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뒤 말을 이었다. "고맙게도 운전기사 아저씨가 자기 부주의라며 버스 회사가 있는 종점까지 엄마를 데리고 갔지. 그리고 담당자한테 말해서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더구나. 그래서 엄마가 간곡히 부탁을 했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돈을 조금만 달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꼭 병원에 들러야 한다면서 돈을 조금 내주는 거야. 그래 그 돈으로 너희들 먹일 빵하고 고기를 사 가지고 왔던 거지. 그렇게라도 빵을 사줄 수 있어서 그때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고기를 보니 문득 그날이 생각나는구나." 엄마의 눈은 붉게 노을져 있었다.

"철환이 너도 나중에 부모 되면 알게 될 거다. 자식이 먹고 싶어 하는 빵 하나 사 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 그게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일인지 말이다." 엄마 눈에 물빛 무늬가 아롱거렸다. 엄마는 당신의 아픔으로 자식에게 사랑을 가르치셨다. 예수님의 사랑도 그랬다. 힘들 때면 나는 예수님을 향해 열 걸음을 걸어갔다. 힘을 얻고 나면 나는 스무 걸음을 빠져 나왔다. 그래도 예수님은 나를 사랑하셨다. 예수님은 당신의 아픔으로 사랑을 가르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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