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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지수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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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화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우리는 무엇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나아가 어떻게 하면 그들의 영혼이 기쁨으로 충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배시간에 들을 수 있는 설교의 한 대목 같은 이 말은 39살로 2005년 12월에 영국의 보수당 당수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이 최근 어느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교회가 해야 할 듯한 말을 국가의 공직자가 하는 이유는 국가가 소속 공동체의 구성원들인 국민에게 국민이 꿈꾸는 행복을 실현해 주는 대안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7년 우리나라의 대선 정국 속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계속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자들이 쏟아 내 놓는 정책들을 보면 머지않아 국민들은 ‘행복실현’이라는 이상을 곧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영국 레스터 대학의 에이드리언 화이트 사회심리학 교수가 평균 기대수명, 국내총생산(GDP), 교육기회지수를 종합해서 그려낸 '세계 행복지도'에 의하면 조사대상국 178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102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접하면서 과연 이름 있는 대선 주자들이 내어 놓는 행복 대한민국의 정책들로 인해 102위의 순위가 곧 바로 상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측정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행복지수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현재 캐나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나다는 1999년부터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정부가 주축이 돼서 캐나다 웰빙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행복지수의 항목으로 생활수준과 시간의 배분, 교육, 건강, 환경, 공동체, 좋은 정치 등 일곱 가지 분야를 꼽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의 꾸준한 노력결과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에 비해 5000 달러 정도 적지만 행복한 사람의 비율은 미국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 이었던 6월말 한인유학생들의 수련회인 캐나다 KOSTA를 참석하면서 집회장소인 토론토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캐나다에서의 행복을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첫 날 저녁식사에 뜻하지 않게 ‘밥과 김치’가 제공된 것입니다. 캐나다 입국 후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 때문에 힘들었는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당연히 한인교회들이 밥과 김치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먹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KOSTA 총무께서 전체집회를 마칠 즈음에 광고를 하는데 알고 보니 그 학교식당의 주방장이 한국 사람들이 기뻐할 것을 바라며 직접 담근 김치라는 것입니다. 또 남은 김치는 수련회 마지막 날에 볶아서 내놓기로 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느끼한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가히 기쁨이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의 행복은 거대담론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상황과 관련 있는 것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웰빙의 흐름을 타고 ‘행복’이라는 것에 몰입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경영을 연구하는 정치도 어떻게 하면 국민 개개인이 만족감을 누리며 행복해 할 수 있는가를 전제한 정책개발에 골몰하고 있고, 경제학의 영역에서도 행복이라는 변수가 물질의 많고 적음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 영역 역시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가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히 전 지구촌적으로 행복연구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양상 속에서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량할 것인가?” 하는 것이 ‘행복학’ 연구자들이 부딪치는 최종적인 난제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느껴지는 행복의 절대기준이란 이 세상에서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행복지수에 있어서 세계1위로 알려진 덴마크의 모든 국민이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행복이란 고려해야할 변수가 워낙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 ‘다수의 행복’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지 몰라도 100%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실현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 상반기를 끝내고 이제 하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아마도 하반기는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겠다는 대선후보자들의 정책제시가 두드러질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러한 때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절대기준을 유일하게 아는 영성 공동체인 교회가 행복의 대안공동체로 더욱 도드라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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