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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 편지] 따뜻한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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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따뜻한 콜라  

- 이철환(동화작가)
 

입시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일이다. 커다란 교실엔 많은 학생이 앉아 있었다. 콜라가 담긴 빨간색 종이컵이 교탁 위에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갖다 놓은 것이었다. 용호라는 아이가 있었다. 용호는 나쁜 시력 때문에 늘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하루는 이상하게도 용호가 내 눈치를 살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용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용호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느릿느릿 교단을 내려갔다. 문제집 지문을 읽으며 용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용호는 고개를 숙이고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용호야, 왜 이렇게 땀을 흘리니? 어디 아프니?" 용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교탁으로 걸어갔다. 콜라가 담긴 종이컵을 한 손에 들고, 문제집 지문을 읽으며, 나는 다시 용호에게로 갔다. 용호 책상 위에 콜라를 가만히 올려 놓았다. 나는 용호의 책상 끝에 걸터앉아 문제집 지문을 읽었다. 잠시 후 내가 책상에서 일어서는 순간, 책상이 덜컹 흔들렸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콜라가 용호 앞으로 쏟아졌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웃었다. 쏟아진 콜라 때문에 용호가 입고 있던 청바지가 순식간에 흠뻑 젖어버렸다. 

"미안해, 용호야. 책상에 콜라 놓았던 걸 깜빡했어. 바지가 다 젖었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나를 보며 용호는 겸연쩍게 웃었다. 나는 손수건을 얼른 꺼내 용호에게 주었다. 잠시 후 수업 끝나는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교탁에 서서 용호를 바라보았다. 용호는 콜라로 얼룩진 바지를 입고 교실 뒷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용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용호도 나를 보며 웃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용호에게는 빈뇨증이라는 병이 있었다. 급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우면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용호는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갈 수 없었다. 

용호는 병적일 만큼 숫기가 없는 아이였다.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던 용호가 수업 도중 여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화장실에 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용호는 진땀 흘리며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소변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집 첫번째 지문을 읽으며 용호에게 다가갔을 때 나는 용호 청바지가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콜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용호에게로 다시 다가갔던 것이다. 용호 책상 위에 콜라를 올려놓고, 책상을 일부러 흔들어 용호 바지 위에 콜라를 가득 엎질러 놓았던 것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 교훈은 내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것이니라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요7:16∼17)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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