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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우장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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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장군의 노래  
 

모든 남성은 '사내'란 무거운 갑옷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한 남자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고 싶어도 '사내대장부가 그까짓 일로 울면 안되지'라는 시선 때문에 진정한 자신을 잃고 거짓 신화의 주인공으로 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왜곡된 성 역할의 인식과 교육이 남성의 심리 기저에 콤플렉스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온달 콤플렉스가 있다. 겉으로는 강한 남성인 척하는 남성의 심리 속에 자리잡은 의존 콤플렉스를 말한다. 차돌처럼 강하게 보이는 남성들이 사실은 평강공주 같은 여성이 있어야만 온달 장군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의존감을 드러내는 무의식의 표현이다. 이는 여성들에 대한 무의식적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헌신이 전제되지 않는 결혼생활은 역할 변화에 따라 위기를 만날 수 있다. 여기 온달과 결혼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성공한 남자와 결혼만 하면 만사형통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대박인 줄 알고 잡았는데 쪽박이었다. 왕자인 줄 알고 골라잡은 게 하필 바보 온달이었던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한 드라마 이야기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던 여자는 평강공주가 되기로 결심한다. 신데렐라는 왕자가 구두를 들고 찾아와주기를 기다릴 뿐 자기 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들어 장군의 부인이 되었다. 부부는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닫힌 문을 두드려야 하며,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 길을 물어야 한다. 배우자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경제 능력을 잃거나 배우자의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의를 잃은 전장의 장수처럼/삭풍이 부는 흰백의 언덕 위에 누웠다/푸른 한숨 소리가 들끓는 용광로 위에서/"난 장군이었소이다 전장을 지휘하던 대장이었소이다"/육체의 쇠잔함과 가난처럼 늘어진 뱃살을 한탄하며…분홍빛으로 변해버린 투구와 갑옷도/더 이상 날 지켜주지 못한다/더 이상의 결투도 받을 수 없는 난/잘 구워진 새우 소금구이 한 접시…새치 머리를 뽑아주던 아내의 콧노래가/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위로해 준다…' 

내가 쓴 시 '새우장군의 노래' 일부분이다. 움츠러든 새우장군처럼 이 시대 가장들이 전의를 상실해도 유리구두를 과감히 벗어던진 평강공주 같은 아내들이 있다면 삶이 달라질 것이다. 우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 

얼마 전 항암 치료를 받는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비 온 뒤의 산책은 신으로부터 한 상 받은 느낌이야." 그녀는 항암치료 시간을 통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고 했다. 무덤덤하게 느껴지던 남편의 배려가 뼛속 깊이 감사하다고 했다. 일밖에 몰랐던 남편은 정시에 퇴근, 아내를 위해 식단을 짜고 아내의 벗을 해준다는 것이다. 고통 속에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은 고통이 아닐 것이다. 

이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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