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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미얀마 가스전 발굴은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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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 이태용 [(주)대우인터네셔널사장]

기적이었다. 2004년 1월15일 우리나라 자원 역사상 신기원을 이룬 대형 사건이 내 눈 앞에서 터졌다.

“사장님 나왔습니다.” 수년간 공들인 탐사 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거둔 순간이었다. 낭보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모든 신문이 일제히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발굴을 대서 특필했다.

추정 매장량은 약 5조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7∼11억배럴,액화 천연가스로는 8000만∼1억2000만t에 이르는 양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5년 이상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민간기업이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나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일이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시작된 때는 2000년 10월. 미얀마 정부와 계약을 하고 9개월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2001년부터 탐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가스가 매장돼 있을 법한 광구(A-1)가 발견됐다. 첨단 장비를 동원한 물리탐사를 통해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직선 코스로 바닷속을 뚫고 내려가던 중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미처 탐지하지 못한 암벽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공동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국영석유회사와 가스회사는 가능성이 없다며 컨소시엄에서 빠져나갔다.

‘방향을 틀어 조금만 더 뚫어보자.’ 포기할 수 없었다. 60일간 시추에만 들어간 돈이 120여억원. 만약 일이 물거품이 된다면 지난해 순이익의 3분의 1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오직 의지할 분은 하나님 뿐. 나와 직원들은 물론이고 사업에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모두 기도에 매달렸다. 그때였다. 경사정에서 400여뻍쯤 뚫고 내려갔을 때 가스가 터져나온 것이다. “오 주여!”

성경에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이루어주시는 건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이 있다. 최선을 다해도 하나님의 뜻과 맞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나와 우리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하나님은 귀한 열매로 이루어주셨다.

돌이켜보건대 하나님은 이미 승리를 암시하셨던 것 같다.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고전 9:24)고 말씀하셨듯 시추에 앞서 공식행사인 ‘채굴식’에 참석코자 미얀마를 방문했던 나는 주미얀마 대사의 소개로 현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송정홍 목사를 만났다. 행사 전날 대사관저에서 식사를 하는데 송 목사는 이렇게 기도해줬다. “대우인터내셔널의 ‘A1’ 광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못 사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복음이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를 바랍니다.”

A-1 광구에 이어 인근의 A-3 광구 개발에 들어간 현재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년 동안 매년 1000억∼1500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3년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란 미명 아래 ㈜대우에서 떨어져나와 고난을 거듭하던 회사가 우뚝 일어설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우그룹시절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던 1999년 7월19일. 당시 대우자동차 부사장을 맡고 있던 나는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심정이었다. 계속되는 시장의 경고,조여오는 자금줄. 대우에 내 청춘을 바쳤건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해 11월 급기야 대우그룹 12개 계열사 사장단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워크아웃의 신호탄이었다. 나 역시 거취가 불분명했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모든 계열사는 뿔뿔이 흩어지고 대우차는 누군가에게 넘겨져야 할 상황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채권단의 사장추천위원회는 나를 대우무역부문 사장으로 임명했다. 보통 때 같으면 승진 인사에 한껏 고무됐겠지만 내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가능한 빠른 시간에 회사를 인적분할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라는 요구사항을 주었다.

이듬해인 2000년 주식회사 대우는 12월27일부로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로 나뉘었다.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나는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에 취임했다. 한국 기업을 대표하던 대우가 부문별로 쪼개져 형편없는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 회사의 회생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니 지혜를 주십시오”라며 뜨겁게 기도에 매달렸다.

그 때부터 하나님께 전적으로 매달리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나와 직원들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위기를 맞받아쳤다. 불가피한 인력 구조조정에 눈물을 쏟기도 했지만 회사가 살고 봐야 했다.

그러나 실적은 늘 기대 이하였다. 대우그룹에서 무역일을 하던 때와 상황이 딴판이었다. 국내외 거래처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으며 필요할 경우 지구 구석구석에 있는 주요 거래처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나는 아침마다 본부장회의를 열어 현안을 풀어나갔고 월례회의 등을 통해 전 사원들과 컨센서스를 이루어 나갔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금씩 영업이 안정적으로 확대되었고 한해 평균 20회 이상의 출장을 통해 거래처를 늘려갔다.

정말 뜨겁게 기도했던 것 같다. 회사내 기도모임에서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고 나는 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출장길에도 성경책만큼은 꼭 챙겼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6∼7)는 말씀처럼 회사는 불과 2년만에 기적적으로 회생했고 흑자전환했다.

2002년 11월15일에는 워크아웃 자율추진기업으로 선정됐고 2003년 12월30일 마침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됐다. 회사 분할시 94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13%로 떨어졌다. 3년간 긴 고난의 여정이 끝난 것이다.


◇필자 약력

△1946년 서울 출생 △1964년 보성고 졸 △1972년 서울대 상학과 졸 △1972년 한국은행 입사 △1976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과장 △1981년 ㈜대우 시드니지사장 △1999년 대우자동차 부사장 △㈜대우 무역부문 사장 △현재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정리=이경선기자 [email protected]
바로가기 : http://www.kmib.co.kr/html/kmview/2004/1102/0919596882231112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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