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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응답은 늦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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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돈 (세계무역센터협회 부총재)

최근에 만난 이희돈(미국명 데이비드 리·48) 세계무역센터협회(WTCA) 부총재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 유학생 시절 그는 생활비의 90%를 선교사 후원금으로 보내는 대신 자신은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한 달을 30달러로 버텼다. 아직 받지도 않은 교수 월급에서 미리 십일조를 떼어놓는가 하면 교수직을 버리고 멕시코의 오지 선교사로 훌쩍 떠나기도 했다.

하나님은 죽음도 비켜나게 하셨다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WTCA 부총재에 오른 그는 한국보다 세계 경제계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출신인 그는 1998년 칠레 산티아고 총회에서 WTCA 역사상 최연소 세계이사로 선출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WTCA에서 일한 지 5년여 만의 일이다. WTCA는 1968년 순수 비영리 비정치 민간경제단체로 출발해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 육성, 교육 지원 등에 역점을 두고 각종 국제적인 공익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협회는 현재 세계 91개국 294개 WTCA 회원과 75만여개 기업회원을 두고 있다.

이 부총재는 미국 최대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 후'에 미국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로 등재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초빙교수이기도 한 그는 2001년 9·11테러 당시 생존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폭탄테러 때도 살아남았다.

"2001년 9월11일 오전 7시발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그날따라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 할 수 없이 얼음이 가득 담겨 있는 딸기주스를 사 마셨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가 아파왔습니다."

그는 뉴욕공항에 내리자마자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 이 때문에 제때 WTCA 본부가 있는 세계무역센터(WTC)에 도착하지 못했다. "택시를 타고 가던 중 WTCA 수석부총재에게 전화를 했어요. 조금 늦기도 하고 점검할 사항도 있었기 때문이죠.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 터널을 빠져나가던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불이야! 나가야 할 것 같아'라는 외마디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그는 전화가 끊어지자 가끔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 WTC 첫번째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잔해들이 쏟아져내렸다. 그가 탄 차는 갑자기 몰려든 소방대원들과 장비로 인해 WTC 첫번째 건물과 네번째 건물 사이에 갇히게 됐다. 바로 그 순간 여객기가 낮은 고도로 전속력으로 날아오더니 또다른 WTC 건물을 덮쳤다. "'이것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보, 안녕!'이라는 말을 되뇌었어요."

다행히 WTC 건물이 빨리 무너지지 않아 그가 탄 차는 소방시설에 의해 통제되던 반대편 차선을 넘어 방금 전 나왔던 터널 속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이어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 뒤 WTC 건물은 완전히 붕괴됐고 터널에 남아 있던 차들마저 모두 부서졌다. 만일 공항 화장실에서 지체하지 않았더라면 그 시각 그는 WTCA 회의실에 있었을 것이고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최고의 절정기에 선교사로 떠나고 싶다

이 부총재가 하나님의 일과 인간의 일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대답은 단순명료했다. "5분이상 고민되면 그것은 하나님의 일입니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일을 기쁘게 감당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됩니다. 해낼 수 있는 힘은 그분이 주시니까요." 그는 "모든 기독인이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 "'하나님을 빚지게 하라'는 성경적 재정관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것만 빼고 자신에게 있는 재정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면 하나님이 몇 배로 갚아준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주일이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현재 장로로 섬기고 있는 워싱턴성광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또 교회 성도들을 위해 주차 봉사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입에서 떼지 말라고 한 성경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그는 영어 스페인어 등으로 된 성경구절과 간단한 설교를 읽고 외우기도 한다. 아울러 아내 및 자녀들과 최대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애쓴다. "결혼한 이후 단 한번도 이·미용실에 간 적이 없어요. 아내가 늘 머리를 깎아주었습니다. 아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 부총재는 최고의 인생 절정기에 다다르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교사로 변신, 하나님이 지명하는 땅을 향해 떠날 예정이다. 또 400∼500명의 선교사들이 승선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서둘러 선교선도 구입하려고 한다. "하늘을 바라보고 운 적도 많아요. 선교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곤 허탈하기도 했어요. 하나님은 그때 위로해주시며 하늘의 뭇 별들을 바라보게 하셨죠. 저를 통해 복음을 전할 자들이 '별 곱하기 별'처럼 많아질 것이라고 약속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이 부총재는 마지막으로 기독인이라면 결코 좌절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하나님의 응답은 가끔 늦게 올 때가 있어요. 그러나 반드시 응답이 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축복의 통로로 만들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함태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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