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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소나무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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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풍속에 정월달이면 한 해를 맞이하는 뜻으로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드렸다. 가까이 모시는 어른들은 직접 세배(歲拜)를 드렸으나 멀리 계신 분께는 서신으로 안부를 전했는데 수복강녕을 담은 소나무와 학 그림을 즐겨 사용했으니 바로 세화(歲畵)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연하장과 같다. 모든 초목이 푸른 여름에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청정한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모른다고 했다. 겨울이 되어 초목의 잎이 떨어진 뒤에도 송백만이 변함없으니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기상이 바로 이 나무와 같지 않은가. 소나무는 확실히 우리 겨레가 좋아했던 나무임에 틀림없다.

서울의 을지로, 퇴계로는 소나무 가로수길이 잘 조성돼 있다. 기능적인 면을 생각하면 소나무는 가로수로 적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는 서울의 경우 상록수를 가로수로 하면 그늘이 져 지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다. 그 눈을 녹이려면 더 많은 제설제를 써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도 되겠지만 물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이다. 쌓인 눈이 녹지 않으면 얼음이 되어 교통에 큰 지장을 주고 보행자도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가로수는 심미적인 기능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선 가로수가 차도와 인도 사이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주고 여름의 짙은 녹음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 배출가스를 정화시켜주는 큰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게 본다면 침엽수보다 잎이 넓은 낙엽수가 효과적이다. 봄에 일찍 싹이 트고 가을에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나무가 좋다. 거기에 꽃이 아름답고 작은 열매가 달려 도심에 야생 조류를 불러들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또 가을의 단풍이 곱고 겨울의 앙상한 가지가 섬세한 나목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나무라면 최적이다. 그리고 옮겨 심어도 잘 살고 병충해에도 강한 수종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여기에 딱 맞는 가로수로 귀룽나무를 권하고 싶다.

소나무는 값이 비싼 나무인 데다 기능면에서 좋은 수종이라 할 수 없다. 도시의 가로수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오병훈(수필가),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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