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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원준 칼럼] 2019년 3월의 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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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면에 실린 글은 ‘아무도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이 기고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그는 ‘북한과의 핵전쟁은 이렇게 벌어진다’는 제목을 붙였다. 북핵 사태가 부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가상 시나리오로 담겼다. 만약 북한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2019년 3월’이 그 시점으로 설정돼 있었다.

해마다 3월이면 한·미 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이 실시된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때문에 이 훈련이 열리지 않는다고 그는 가정했다(실제로 훈련 연기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 해 거른 걸 만회하려 2019년 훈련은 평소보다 큰 규모로 진행되고, 양국 전투기가 연일 동해 상공을 누빈다. 곧 개봉할 영화 ‘강철비’에선 누군가의 음모로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가 닥치지만 이 시나리오는 좀 다르다.

‘북한의 방공망 부대원들은 잔뜩 긴장해 있다. 한·미 공군의 훈련이 언제 실전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터라 며칠째 비상이 걸려 있다. 그때 한국 민항기가 실수로 북한 영공을 침범한다. 이를 미군 전폭기로 오인한 북한군 지대공 미사일 부대 하급 지휘관이 긴급사태로 인식해 대응사격을 지시한다. 민항기는 동해로 추락하고 탑승자 250명이 사망한다.’

연평도 포격 때는 한국이 반격에 나서지 않았지만 지금의 긴장상태는 당시와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군은 몇 시간 뒤 도발 원점 타격에 돌입한다. 북한 미사일 부대와 몇몇 지휘부를 겨냥한 나름 제한적이고 전략적인 공격인데, 곧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사태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루이스 연구원은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폰을 들어 트윗을 날린다. “꼬마 로켓맨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합참의장 보고를 받기 전이라 트럼프에겐 구체적 계획이 없었지만 김정은은 알 턱이 없다.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를 목격한 그는 이런 위협을 엄포로 해석지 않는다. 미 정보기관은 2017년 북한이 핵탄두 60개를 가졌고 매년 12개씩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핵이 실린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서울 부산 도쿄를 향해, 화성 12형을 괌과 오키나와를 향해 발사한다. 모두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하루가 되지 않는다. 루이스는 충돌 첫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용하진 않을 거라고 봤다. 한국·일본·괌 공격은 미군의 즉각 대응력을 꺾고 트럼프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전면전에 주춤하도록 만들려는 의도인데, 오판이었다.

‘북한 미사일은 미군기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한다. 요격되거나 빗나간다. 그래도 핵이 실려 있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미국은 전략자산을 총동원해 대북 공습에 나선다. 미군은 여전히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다. 주민이 아닌 김정은과 핵 제거가 목적이란 명분을 지키려 한다. 공습에 통신망이 단절되면 김정은은 이런 전황을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다. 고립된 벙커에서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다 결국 화성 15형 발사 명령을 내린다.’

시나리오는 인민군 궤멸과 김정은 자결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결말을 그렸다. 한국·미국·일본에서 200만명이 희생되고 북한 사망자는 집계조차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 루이스는 아무도 핵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국 그것을 향해 치닫고 마는 ‘대결의 논리’를 보여줬다. 작은 실수가 방아쇠를 당기면 오해와 오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참혹한 결말로 이어진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11일 “북한도 핵으로 미국을 공격하면 죽는다는 걸 안다. 자살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스스로 핵버튼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누른다면 이 시나리오처럼 ‘사소한’ 실수와 오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같은 날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베트리스 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대표는 “짜증 한 번에 핵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원준 온라인뉴스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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