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역경의 열매] 최일도 <19> 개미군단 십시일반… 무료병원 설립 기적


201712270001_23110923873528_1.jpg
다일천사병원이 오늘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건 기적이다. 이 병원은 한국 기독교 최초의 전액 무료병원이다. 말 그대로 개미군단이 십시일반 정신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자선병원이다.

지난 15년 동안 무의탁 노인,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및 절대 빈곤지역에 사는 이웃나라 어린이 등이 찾아와 생명을 얻고,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는 역사가 충만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지 못한 채 다시 차에 태워 다일공동체 나눔의 집으로 모시고 올 때면 나는 실의와 절망에 빠졌다.

“하나님, 어쩌란 말입니까. 앞이 캄캄하네요. 대안이 안 보입니다.” 미아리 성가복지병원에 할머니 한 분을 입원시켜 드리지 못하고 거절당한 날도 하나님께 따졌다. 그날 마음속에 들려온 세미한 음성이 있었다.

“일도야. 나의 대책은 너 자신이다.” 응답은 너무 막연했다. 사글세 20만원 내기도 버거운 다일공동체가 무슨 수로 대책이 된단 말인가. “하나님, 부디 제가 할 일과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도와주세요. 제발 하나님.”

청량리 588뒷골목에서 진행했던 무료진료소는 늘 한계에 부닥쳤다. 마땅한 공간이 없어 처음에는 채소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시장 한 모퉁이에서 진료를 했다. 이후 청량리 농수산물 조합건물 한 구석을 빌리거나 나눔의 집의 비좁은 방을 치워 환자를 돌봤다.

찾는 이는 나날이 늘었다. 언제 씻었는지 모를 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차라리 시궁창에 코를 처박고 있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토로하는 의사와 간호사도 있었다.

환자들은 일주일 내내 다일공동체 나눔의 집을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진료는 토요일과 공휴일에만 하니 돌아가세요”라며 궁색하게 말했지만 그들은 아랑곳없이 아픔을 호소했다.

주말 진료에 오는 의대생들은 용돈을 털어 의약품을 준비하고 선배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모금을 해서 노인들의 틀니도 직접 제작하는 등 헌신했다. 하지만 상설 진료소는커녕 전담 의사와 간호사가 없었고, 의료장비는 그야말로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단 하나, 헐벗은 영혼에 대한 뜨거운 사랑만이 있었다.

다일교회 신자들과 공동체 가족들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기독교 최초의 상설 무료병원이 마련되길 간절히 기도했던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100원부터 100만원까지 헌금하는 소액기부운동으로 전액 무료병원을 세우겠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를 미쳤다고 할지 모릅니다.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아랑곳하지 말고 주님의 약속을 굳게 믿읍시다. 열심히 뛰고 달리며 이 자리에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쌓아봅시다. 주님께서 친히 이루실 것입니다.”

다일공동체 가족들은 “아멘”을 합창했다. 한 달 후 다일가족들이 모은 돈 1100만원과 588번지 아주머니들과 직업여성들이 모아준 47만5000원을 합한 1147만5000원을 무료병원 설립을 위한 밀알 헌금으로 드릴 수 있었다.

천사병원의 기적은 이때부터였다. 늘 다일공동체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조성기 목사님과 김동호 목사님 등 선배들과 장신대 교수님들이 발 벗고 나서서 협력해 주셨다. 후원회원들과 협력교회들은 100만원을 선뜻 맡겼고, 학생들과 가난한 이웃들은 매달 5만∼10만원씩 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천사의 사랑을 모아 무료병원을 세우고 운영해보자는 이야기는 KBS 성탄특집 방송을 통해 전국에 확산됐다. 현재까지 ‘천사운동’에 1만2000명 이상이 후원에 동참해주셨다. 기적이라는 단어 이외에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정리=이사야 기자 [email protected]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