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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영혼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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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샘물 

-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
 

내가 혈액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루저(패배자)’라고 말하겠다. 어디 나뿐이랴. 암에 걸린 모든 사람이 죽음을 생각하면서 패배자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남보다 더 크게, 더 많이, 그리고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끝없이 위만 바라보고 살다가 어느 날 사냥꾼의 총에 맞고 추락하는 새 한 마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난과 축복이라는 세트 메뉴를 오버랩시키며 비상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6개월에 걸친 항암 치료 기간 내내 겪은 고통의 깊이만큼이나 주님을 간절히 찾았다. 약의 부작용이었는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새벽 예배에 가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다. 치료가 진행될수록 내 외모는 볼품없어졌지만 주님과 친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가족에게 분노를 폭발하기도 했지만 내겐 기쁨과 평안이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항암 치료 기간 오히려 기쁨과 평안

‘지금 내가 왜 기뻐하지. 난 혈액암 4기 암환자잖아. 그리고 몸도 아프잖아.’ 

오히려 내 이성이 기쁨의 원천을 차단하려들 때는 서글펐다. 그래도 오롯이 마음은 평안해졌다. 내 영혼의 샘물에서 기쁨이 솟아났다. 그때 내게 거한 행복한 심령이 성령님의 선물이란 것을 알아챘다. 치료할 때 가장 많이 부른 찬송가는 355장이다. 

‘크고 놀라운 평화가 내게 있네/이 세상에는 없는 평화/나의 영혼과 몸 주께 드립니다/오 놀라운 나의 구주…’ 

내 입이 찬양한 대로 내 마음에 평화가 왔다. 내 기도와 찬양이 물방울이 되고, 그 물방울들이 고여서 평화의 샘물이 된 것이리라. 


돌아온 일상… 불안·근심·짜증 

그리고 치료가 끝나갈 무렵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거의 중단하고 있었던 책 집필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출판사와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온통 책 집필에 몰입해야 했다. 출간 계획 기한에 맞추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원고를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 예배를 드릴 수 없었거니와 몇 달 동안 주일성수 외엔 어떤 예배도 드리지 못했다. 기도도 말씀도 찬양도 못했다. 그나마 ‘주시옵소서’의 부끄러운 기도만 간간이 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은 고사하고 내 머리엔 온통 과거의 쓴 뿌리들과 분노 불안 근심 짜증으로 채워졌다. 말씀 기도 찬양을 멀리함으로써 내 영혼의 샘물이 고갈된 것이 감지되었다. 

나는 은혜의 샘물이 다시 채워질 수 있도록 새벽 예배를 드리고 찬양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걷기’ 운동도 시작했다.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을 산책하며 깊은 내면의 시간을 가졌다. 

며칠 전, 산책하면서 내 믿음의 깊이를 유추하는 경험을 했다. 넓디넓은 공원의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내 뒤에서 ‘탁탁탁탁’ 특이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매우 익숙하게 뒤로 걷고 있었다. 뒤로 걸으면 안 쓰는 뒷다리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나도 그녀처럼 뒤로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녀처럼 의연하게 걸을 수가 없었다. 왠지 뒤로 걷다 뭔가에 부딪힐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몇 발자국 가지도 못하고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산책로는 약간 경사지긴 했지만 워낙 넓을 뿐만 아니라 잘 닦여져 있고 작은 자갈 조각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몇 발자국 뒤로 걷지 못하는 나를 보며 베드로를 생각해냈다. 주님이 “물 위를 걸으라”고 하셨을 때, 그에게 두려운 마음이 생기자 그만 물에 빠지고만 사건 말이다. 

뒤에 어떤 장애물도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불안해하는 내가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기적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것 또한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은 온전히 성령님의 역사하심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진리도 다시금 깨달았다. 내 영혼의 샘물이 고갈됨으로써 겪은 최근의 영적인 고난은 비록 나를 황폐하게 했지만 내 한계와 죄의 깊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오늘도 행복의 샘물이 메마르지 않도록 말씀과 기도, 찬양으로 무장해야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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