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일반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구조 이해

첨부 1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구조 이해

 

解釋學과 宗敎神學(김경재)의 구조 이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解釋學과 宗敎神學의 구조 이해

-논리적 질서(Logical Order)와 미학적 질서(Aesthetic Order)의 측면에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0.1. 들어가며

0.2. 해석학과 종교신학; 출발점으로서의 두 이해와 물음

1.1.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이론적 틀

1.2. 논리적 질서(Logical Order)와 미학적 질서(Aesthetic Order)

1.2.1. 자족적 체계(Self-sufficient System)와

보완적 체계(Assistant System)

1.2.2. 닫힌 체계와 열린 체계;후설과 하이데거

1.2.3. 역사 절대주의와 역사 상대주의;논리실증주의와 쿤의 과학철학

2. 나오며

3. 각주

4. 참고문헌

 

 

========================================

 

0.1. 들어가며

 

필자는 본 글에서 주요 본문으로 삼고 있는 [解釋學과 宗敎神學](주1)

에 대하여 두 가지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다. 하나는, 의미의 해석에 관

한 이론인 해석학(주2)이나, 과학과 철학의 양 지점 사이에서 메타과학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학철학과 같은 '타학문'이 '신학'과 어떻게 접맥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또 하나는, 서구 기독교의 전통의 옷을 입고 자란 '그리스도교'가 한국

문화의 밭 안에서 꽃을 피운 '한국종교'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전자의 질문은 해석학과 종교신학이 구성하고 있는 이론적 틀

(frame)을 해명하며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측면이고, 후자의 질문은 내용

(element)을 해명하며 대답을 얻을 수 있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우선 1

장에서는 해석학과 종교신학이 담고 있는 틀에 대한 질문을 '논리적 질

서'와 '미학적 질서'의 측면에서 해명하는 방식으로 이 글을 전개하려 한

다. 그리고 2장에서는 해석학과 종교신학이 기반하고 있는 이론적 틀에

대한 조망과 결론을 내려보려 한다.

 

0.2. 해석학과 종교신학; 출발점으로서의 두 이해와 물음

 

[해석학과 종교신학]을 구성하고 있는 틀과 담고 있는 내용을 해명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누어서 이 제목을 이해하고자 한다. 하

나는 해석학과 종교신학이라는 제목에 '해석학/종교신학'과 같은 명확한

빗금을 그어보려 한다. 다른 하나는 '해석학(을 통하여 본) 종교신학'이

라고 다시 규정하려 한다.

 

전자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해석학

내지는, 신학과 관계맺을 수 있는 그 제반 학문이 종교다원시대의 한복판

에 놓여있는 한국종교의 '음영적 지형'을 신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제

로서 장치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학문과 신학과의 접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틸리히는 신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해명을 신학자의 의

무라고 하였다.(주3) 이러한 의미에서, 타학문, 특히 철학의 성과를 신학

의 해명을 통하여 진지하게 접맥하고자 하는 저자의 작업은 매우 값진 일

이라 여겨진다. 더구나 그 작업이 한국이라는, 일견 천박하게 보이는 신

학풍토에서 시도하는 작업이라 할 땐, 의의는 실로 크리라 생각한다. 그

렇기 때문에 진리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행할 수

없는 작업이라 생각한다.(주4)

 

후자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해석학을 통하여 본 종교신학'

이라는 의미는 "..을 통하여 본"이라는 측면속에서는 해석학 자체에 목적

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학의 이해이론이 종교신학 정립을 위한 기초

(주5)이고, 오히려 구체적인 한국이라는 장(場)에서 펼쳐지는 종교사 안

에서의 종교들의 수원(水源)과 형성과정(過程)과 현실적 지형(地形), 그

리고 21세기를 대비하는 그리스도교의 올바른 선교자세에 대한 연구로서

위치할 수 있겠다.

 

전자는 마치 흐릿한 세계를 망막에 맑게 비추어 줄 수 있는 안경의 역할

이라 할 수 있다. 후자는, 그 안경이라 하는 것이 세계를 명쾌하게 바라

보기 위한 도구이고, 그 안경이 돗수가 점차 맞지 않을 수는 있어도

안경을 바라보는 '세상'은 버릴 수 없고, 또한 버려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첫째, 흐릿한 세계를 맑게 조탁해주는 안경은 어떤 것(frame)인가?

둘째, 그 안경을 통하여 명쾌하게 열리는 한국종교의 수원(水源)과 형

성과정(過程)과 오늘의 현실적 지형(地形)은 어떤 모습(element)인가?

 

1.1.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이론적 틀

 

해석학과 종교신학은 전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5장 가운데에서 이

책 전체를 관류하는 이론적 틀에 대한 내용은 1장과 2장에 서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1장 종교신학이란 무엇인가"(1)에서는 오늘날의 세계문명의 지형변화

와 그 전환기에 직면한 선교의 과제, 그리고 "종교신학"(Theology of

Religions)이라는 의미의 규정, 마지막으로 아시아적, 한국적 종교신학의

전개방식이 기술되어 있다. 일종의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서론의 위치에

자리해 있다.

 

"2장 현대 해석학 이론과 종교신학"은 이론적 틀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

다. 여기에서는 3장, 4장, 5장에서 이루어질 과제에 대한 방법론적 기초,

즉 보는 틀을 제시하는 장이다. 김경재 교수는 이 장에서 우리에게 '보는

틀'로서 폴 틸리히의 '상관방법'(method of correlation)과 '역동적 유형

론'(dynamic typology)과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의 '지평융합'

(Horizontverschmelzung)과 '영향사적 의식'(wirkungsgeschichtliches

BewuBtsein), 그리고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제

시한다. 이렇게 제시된 3가지의 틀은 각기 신학, 철학, 과학의 범주로 위

치해 있다. 하지만 김경재 교수는 이 3가지의 이론을 '해석학이론'이라는

범주 속에서는 공통의 형태를 담고 있다고 이해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

를 맞이해야 할 종교신학의 이론적 근거로서 이 세가지의 이론을 주장하

는 것 처럼 보인다.(주6) 여기에서 우린 이 세가지 이론이 신학, 철학,

과학의 제 분과학문으로 나뉘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음과 같은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을 발견할 수 있다.

 

1.2. 논리적 질서(Logical Order)와 미학적 질서(Aesthetic Order)

 

우리는 위의 세 이론을 논리적 질서(Logical Order)와 미학적 질서

(Aesthetic Order)라는 유형을 가지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주7) 또한 논

리적 질서와 미학적 질서의 유형적 특징을 통하여 [해석학과 종교신학]의

세가지 이론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1.2.1. 자족적 체계(Self-sufficient System)와 보완적 체계(Assistant

System)

 

첫째, 논리적 질서는 '자족적 체계'로서 만족하지만 미학적 질서는 '보

완적 체계'로서 기능한다.

 

김경재 교수는, 틸리히가 극복하고자 하는 세 가지 부적합한 방법을

"초자연주의적 방법"(supranturalistic method), "자연주의적 방법"

(naturalistic method) 또는 "인본주의적 방법"(humanistic method),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원론적 방법"(dualistic method)이라고 지적하였

다.(주8) 필자가 보기에는, "초자연주의적 방법"이나 "자연주의적 방법"

이 양자 모두는 경험의 구조 밖에서'만' 이라는 측면에서, 또는 경험의

구조 안에서'만' 이라는 측면에서 이 방법론은 동일하게 자족적 체계로서

불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족적 체계라는 논리적 질서를 극복하는 방법론으로서 김경재

교수는 틸리히의 "상관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 상관의 방법은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보완적 질서와 매우 비슷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겠다.

 

틸리히의 "상관의 방법"은 매우 변증법적이고 해석학적이다.

그의 방법론이 변증법적이라고 함은 그가 상관시키는 양극적 실

재들 곧 이성과 계시, 존재와 하나님, 실존과 그리스도, 생명과

성령, 그리고 역사와 하나님 나라가 각각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

하고 답하면서, 상호 동태적 운동 속에서, 상호 대화적 관계속에

서 해명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의 방법론의 변증법적 성격은 자

연히 그의 방법론을 더욱 철저히 해석학적 방법론이 되게 한다.

해석학적이라 함은 위에서 언급한 그의 조직신학 구조 안에서의

상관관계 속에 있는 대극적 실재들이 상호 공속적 운동 속에서,

상호 의존적 순환관계 속에서, 상호 침투적 통전운동을 하고 있

다는 말이다.(주9)

 

위에서 언급된 계시와 이성, 그리스도와 실존, 성령과 생명, 하나님 나

라와 역사를 논리적 질서의 렌즈로 읽어본다면 "계시와 그리스도와 성령

과 하나님 나라"는 "이성과 실존과 생명과 역사"의 충분조건이고 그 역은

필요조건이 된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말하면 전자는 후자를 질료적으로

함축한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논리적 질서는 보편이 개별을 규

정하고 개별은 보편에 의하여 규정되는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

한 형태가 논리적 질서의 자족적 체계이다.

 

하지만 김경재 교수는 틸리히의 상관의 방법을 "매우 변증법적이고 해

석학적"이라고 이해하였다. 그것은 개별의 축이 보편을 향한 매개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의 독자적 실현의 거점을 할애하는 것이

라는 측면에서는 "변증법적이다". 또한 정태적인 질문과 대답의 '순환'이

아니라 동태적인 질문과 대답 사이에서 끊임없이 운동하면서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빛이 닿는 곳으로 나아가는 측면에서는 "해석학적이다". 이

러한 형태가 미학적 질서의 보완적 체계이다.

 

1.2.2. 닫힌 체계와 열린 체계;후설과 하이데거

 

둘째, 논리적 질서는 닫힌 체계를 지향하지만 미학적 질서는 열린 체계

를 지향한다.

 

닫힌 체계와 열린 체계의 뚜렷한 변별점을 찾기 위해서 우린 후설과 하

이데거, 그리고 헤겔과 가다머의 유형적 차이를 비교해보고, 그리고 [해

석학과 종교신학]의 이론적 기저로 놓여있는 가다머의 해석학에 대하여

미학적 질서의 차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후설과 하이데거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훗설은 경험의 지평을

선험적 지평으로 소급시켜 파악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이데거는 경험의

지평을 경험의 구조 안에서 파악하려 한다. 후설은 의식의 측면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하이데거는 존재의 본성에 관심을 갖는다.(주10) 또한 후설

의 현상학은 본질로의 환원을 통하여 기술되기 때문에 形相的 現象學

(eidetische Phanomenologie)이 된다.(주11) 그렇기 때문에 훗설은 形相

的 還元(eidetische Reduktion)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하이데

거는 先驗的 還元(transzendentale Reduktion)에는 좀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주12) 오히려 하이데거에 있어서의 진리란, 경험의 구조 저편에

서, 형상적 환원의 지점에서 우리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비은

폐함으로서 고유한 진리가 개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진리(die

Wahrheit des Seins)는 '유일하게 본질적인 진리'(die einizig

wesentliche Wahrheit)가 된다.(주13)

 

닫힌 체계는 존재(Sein) 중심의 질서이고 자기완결적 구조를 가지고 있

다. 하지만 열린 체계는 변화(Veranderung) 중심의 질서이고 자기조절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닫힌 체계는 오늘에서 내일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

고 내일을 오늘안에서 구성한다. 하지만 열린 체계는 내일이 오늘안으로

진입해 들어온다. 그리고 내일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직 내일과

오늘 사이를 메꾸고 있는 '변화'의 손끝에 주어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에서 내일을 야심차게 구성하려 하는 후설의 형상적 현상학

은 '닫힌 체계'라 할 수 있다. 또한 내일과 오늘 사이에 놓여있는 생동적

인 움직임에 주목하는 하이데거는 '열린 체계'라 할 수 있다.

 

헤겔과 가다머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헤겔은 변증법적 과정 전체를 "의식의 자기-대상화"(the

self-objection of consciousness)로 보았다.(주14) 단지 대립된 개별은

종합적인 보편을 향해 나아가는 내적 계기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

다. 헤겔은 "자신의 타재(Anderssein)로부터 자기 속으로 복귀하는 이

념", 곧 정신의 운동이 주관과 객관을 종합하는 단계로서 개별을 규정한

다.(주15) 그것은, 나와 절대정신 사이의 멈추지 않는 변증법의 추동력은

언제나 절대정신의 처마에 처소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변

하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남이다. 단지 나는 나에게 있어선 타자이다.

언제나 동력인은 나를 침투해 들어온다.

 

하지만 가다머의 변증법은 해석자 자신의 지평과 전통의 지평간의 변증

법이다. 해석자의 지평과 해석자가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으로서의 전통은

각자의 지평을 갖는다. 이해는 이러한 두 특수한 지평이 종합되어 더욱더

높은 위상의 지평을 만들어 가는데 이것을 그는 '지평융합'

(Horizontverschmelzung)이라 부른다. 그리고 해석자는 자신과 전통

사이의 거리를 깨닫고 원래의 편견을 뛰어넘는 새롭고 더욱 포괄적인 지

평으로 인도된다. 이러한 이해의 역사성을 가다머는 '영향사적 의

식'(Wirkungsgeschichtliche BewuBtsein)이라 부른다.(주16)

 

헤겔의 변증법과 같은 닫힌 체계는, 개별은 보편을 향한 도상에서만 의

미가 있을 뿐이다. 개별의 독자적 실현은 불가능하다. 단지 닫힌 체계에

서 개별은 보편을 만족하는 차원에서만 정당화를 획득한다. 헤겔의 주저

인 [정신현상학](Phanomenologie des Geistes)의 체계와 변증법에 대한

아래와 같은 비판적 고찰은, 헤겔의 변증법이 닫힌 체계임을 증명해 주는

적절한 지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정신현상학]의 체계와 변증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사실이다.....(중략).... 인륜성, 교양, 도덕성의 객관정신

이나 종교 및 절대지식의 절대정신을 보더라도, 헤겔이 비록 동

적인 변증법적 과정을 강조할지라도 그가 주장하는 정신이 얼마

만큼 폐쇄된 형식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주17)

 

그렇다면 가다머와 같은 열린 체계는 어떤 유형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

는가? 열린 체계는 개별과 보편의 맞닿음을 통한 한층 더 높은 위상의 보

편을 획득한다. 오히려 열린체계에 있어서 개별과 보편은 등가(等價)이

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체계는, 보편에서 예견하지 못하는 개별의 독자

적 실현까지도 다시 담을 수 있는 역동적인 체계이다.(주18)

헤겔과 가다머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헤겔은, "나는 더욱 큰 나

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가다머는, "나는 더욱 큰 나로 만들어간다" 닫힌

체계와 열린 체계는 이 지점에서 결별한다.

 

1.2.3. 역사 절대주의와 역사 상대주의

 

셋째, 논리적 질서는 역사 절대주의(Absolutism of history)의 측면을

지니지만 미학적 질서는 역사 상대주의(Relativism of history)의 측면을

지닌다.

 

역사 절대주의의 축은, 다양한 역사현상의 밑변에는, 다양한 현상을 통

합할 수 있는 하나의 메타역사가 흐르고 있음을 강조한다. 역사 절대주의

의 축은 진보(Fortschritt)라는 관점을 잃지 않는다. 역사 상대주의의 축

은 다양한 역사현상들을 독자적으로 인정한다. 역사 상대주의의 축은 진

보보다는, 전개(Entwirklung)라는 관점을 잃지 않는다.(주19) 역사 절대

주의에서의 "역사는 개인 이상이다" 역사 상대주의에서의 "역사는 개인이

다" 그리고 "개인이 역사다" 역사 절대주의에서의 '역사'는 모든 개인으

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 있는 실재이다. 역사 상대주의에서의 '개인'은

모든 역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해 있는 실재이다.

 

쿤의 과학철학은 형식논리를 강조하는 논리실증주의와, 그 지점을 넘어

서려 하는 포퍼의 신실증주의를 지양하는 과정에서 빛을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쿤의 과학방법론은 논리-실증주의적 방법론과는 대극적인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역사적- 실용적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쿤의 업적

은, 관찰과 이론의 이분법과 과학적 설명에 있어서의 가설-연역적이고 규

준적인 규칙에의 강조가 효과적으로 비판되었다는 점이다.(주20) 기존의

논리실증주의와 쿤의 방법론 거시적 조망을 통하여 비교해 볼 때, 전자는

역사 절대주의와 가까운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후자는 역사 상대

주의와 가까운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쿤을 역사상대주의

라고 한 번에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의미하는 것은 역사(historie)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Geschichte)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절대주의의 축은, 다양한 역사는 하나의 역사의 배후의 원리로 수

렴되기 때문에 '질서'가 강조된다. 바로 논리실증주의가 귀납추리의 정당

성을 거부하고, 대신 엄밀한 가설-연역적 추리를 옹호하는 이유는 역사의

원리나 질서를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주(21) 역사 상대주의의 축은, 다

양한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독특한 역사로서의 의미를 발산하기 때문

에 풍요로움이 강조된다. 이 시각은 역사이해를 더욱 유연하고 성숙한 눈

으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시해준다.

 

2.1. 나오며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 "흐릿한 세계를 맑게 조탁해주

는 안경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해명을 위해 달려왔다. 그렇기 위해서

논리적 질서와 미학적 질서를 통하여 解釋學과 宗敎神學의 이론적 틀로서

장치되었던 세가지 이론을 짚어보았다. 위의 세가지 이론은 자족적이고

닫히고 역사절대주의적인 측면을 지니기보다는, 보완적이고 열리고 역사

상대주의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세

가지 이론은 '논리적 질서'보다는 '미학적 질서'와 매우 밀접한 가족유사

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나름대

로 정리할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첫째, 그 렌즈는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다원해가는 역사의 노정을, 하

나의 원리나 지배하에 훼손, 첨삭하지 않고 세계를 본래대로 해석해줄 수

있는 렌즈(paradigm)의 기능을 갖고 있겠다. 왜냐하면 그 렌즈에 있어서

원리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 렌즈는 '닫힌' 공시적 해석(synchronic analysis)의 한계를

넘어서서 '열린' 통시적 해석(diachronic analysis)을 제공해 줄 수 있겠

다. 단지 과거만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동시에 미래를 읽어야

할 우리에게 있어서 그 렌즈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셋째, 그 렌즈는 조탁되어지지 않고 거칠었던 기존의 신학적 렌즈에 대

하여 비판적 거점을 마련한다. 비판적 거점에 대한 마련은 점차 다원화해

가는 이 시대적 기류 속에서 두 가지의 숭고한 사명을 요구한다. 첫째는,

기존의 신학적 렌즈에 의해 외곡되어진 과거의 복음과 한국종교 사이의

오해들을 해결해야 할 사명이다. 둘째는, 앞으로 복음과 한국종교 사이에

서 끊임없이 제기될 문제들을 이젠 더욱 성숙하고 풍요로운 렌즈로 바라

보고 조망해야 할 사명이다.

 

-----------------------

3.각주

 

1) 김경재, [解釋學과 宗敎神學](한국신학연구소, 1994)

2) Josef Bleicher, Contemporary Hermeneutics(Routledge& Kegan Paul,

1980), p.8, 268.

3)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vol.1(1951),

(Chicago: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7), p.18.

4) 김경재, [폴 틸리히](대한기독교출판사, 1979), p.59.

5) 김경재, [해석학과 종교신학](한국신학연구소, 1994), p.20.

6) 김경재, [해석학과 종교신학](한국신학연구소, 1994),p.22.

7) Logical Order과 Aesthetic Order에 대한 개념정의는 장원석,

[Creation](Hawaii Univ, 1994)을 참조하였음.

8) 위의 책, p.42.

9) 위의 책, p.43.

10) Richard Palmer, Hermeneutics ; Interpretation Theory in

Scheirmacher, Dilthey, Heidegger, and Gadamer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9) pp.124-125.

11) 김영한, [하이데거에서 리꾀르까지:현대 철학적 해석학과 신학적

해석학](박영사, 1987), p.3.

12) Hermeneutics, p.126.

13) [하이데거에서 리꾀르까지], p.48.

14) Hermeneutics, p.165.

15) 강원돈, [物의 神學](한울, 1992), p.130.

16) Richard Palmer, Hermeneutics, p.191.;

Josef Bleicher, Contemporary Hermeneutics, pp.136-137.

17) 강영계, [사회철학의 문제들](철학과 현실사, 1991), pp.52-53.

18) 이 부분은 화이트헤드의 주요 개념인 신의 원초적 본성(Primordial

nature)과 신의 결과적 본성(Consequent natuer), 그리고 창조성

(Creativity)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화이트헤드

(오영환 역), [과정과 실재: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상](민음사, 1991),

pp.94-100,592-595.;김경재, [폴 틸리히 신학연구](대한기독교출판사,

1987), pp.285-287.;서승훈, [존 캅의 그리스도 중심적 다원론 연구]

(미간행 석사학위 논문, 한신대학교 대학원, 1993), pp.6-14.

19) 동녘, [철학대사전](한국 철학사상 연구회, 1989), pp.879-880.

20) 윤평중,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합리성과 사회비판]

(교보문고, 1990), p.78.

21) 위의 책, p.57.

 

-----------------------

4. 참고문헌

 

■ 1차 자료

 

1.김경재, [解釋學과 宗敎神學](한국신학연구소,1994).

 

■ 2차 자료

 

1.김영한, [하이데거에서 리꾀르까지:현대 철학적 해석학과 신학적 해석

학](박영사, 1987).

2.김경재, [폴 틸리히](대한기독교출판사, 1979).

3.김경재, [폴 틸리히 신학연구](대한기독교출판사, 1987).

4.서승훈, [존 캅의 그리스도교 다원론 연구](미간행 석사학위논문, 한신

대학교 대학원, 1993)

5.윤평중,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합리성과 사회비판](교보문고,1990).

6.화이트헤드(오영환 역), [과정과 실재: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상](민음

사, 1991).

7.강원돈, [物의 신학](한울, 1992).

8.장원석, Creation(미간행 논문, Hawaii Univ, 1994).

9.Richard Palmer, Hermeneutics ; Interpretation Theory in

Scheirmacher, Dilthey, Heidegger, and Gadamer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69).

10.Josef Bleicher, Contemporary Hermeneutics(Routledge & Kegan Paul,

1980).

11.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vol.1(1951),

(Chicago: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7).

 

HAN-SHIN THEOLOGIE

VON GEIST BIS WELT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