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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둘로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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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 (기독교연구소장)

최근 가장 관심을 모은 뉴스는 한나라당 경선과 허위학력 관련 소식들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자와 패자로 갈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최근 보기 힘들었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전당대회장에 울려퍼진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위해 먼저 이뤄야 할 지상 명제일 것이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공격을 벌인 당사자들이 모든 과거를 잊고 ‘하나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과연 이들이 하나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허위학력 문제의 파고는 이제 종교계에까지 밀어닥치고 있는 느낌이다. 불교계의 스타 승려가 허위학력을 고백했다. 이를 보고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뜨끔해 하고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계 내부의 허위학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디그리(학위) 병’은 한국 교회가 퇴치해야 할 중요 질병 가운데 하나다.

교회의 목사 청빙 공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사학위 소지자에 한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짜 학위라도 하나 걸치고 있어야 목회자 채용 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시대다. 많은 학력 가운데 자신에게만 유리한 학력만 강조해 밝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목사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런 것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박사를 붙여야 성이 차는 시대가 됐다.

최근 인천항에 정박 중인 복음 선교선 둘로스호를 방문했다. 둘로스의 93회 생일을 축하하는 만찬장이었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나라당 경선과 허위학력 뉴스를 보면서 둘로스호를 생각했다. 둘로스의 정신을 갖고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둘로스(Doulos)는 종 또는 섬기는 자라는 뜻이다. 둘로스호는 종의 심정을 갖고 세상을 섬기는 복음 선교선이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초입에서 자신을 소개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용된 종이라는 용어가 바로 둘로스다. 지금으로 따지면 가장 영광스러운 박사학위를 갖고 있을 바울의 명함에 써 있는 소개는 ‘파울로스 둘로스’였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난 이후 세상의 모든 것을 배설물같이 여겼다. 크리스천들은 모두 바울과 같이 둘로스가 되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우리가 둘로스라는 의식을 갖고 있을 때 학력은 더이상 우리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된다. 학력을 비롯한 배설물과 같은 이 땅의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진정 주님의 인정을 바라는 사람은 세상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둘로스호는 하나되는 현장이었다. 52개국에서 온 350여명이 둘로스호에서 생활한다. 그 작은 공간에서 이들은 하나되는 훈련을 한다. 만찬장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하나가 돼 사역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은혜가 된다”고 말했다. 문화와 인종, 국적이 다른 이들이 하나되기가 어찌 쉬웠겠는가. 그러나 어려운 순간, 위기의 시간이 올 때마다 이들은 배의 이름이 왜 ‘둘로스’인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누구나 종이 되고자 하지 않을 때 하나됨은 여지없이 깨진다는 사실을 이들은 배 안에서의 생활을 통해 체험했을 터이다.

한나라당이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 원한다면 바로 이 둘로스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모든 진영이 정권교체를 위한 명제를 위해 모든 것 내려놓는 둘로스가 될 때 한나라당의 하나됨이 이뤄질 것이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사분오열된 우리 모두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이 둘로스의 정신이 필요하다. 경선을 마친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손에 손 잡고 둘로스호를 방문할 것을 권해본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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