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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감자탕교회 이야기/ 김학<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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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일이다. 기독교라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던 내가 요즘엔 날마다 어느 교회 홈페이지에 자주 드나든다. 기독교 신자인 아내나 어머니가 이런 나를 보면 놀랄 지도 모른다.

경영학 이론서를 무려 27권이나 쓴 Y박사가 www.sls.or.kr이란 홈페이지에 <감자탕교회 이야기>란 글을 매주 2편씩 쓰고 있으니 한번 방문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주었다. 제목이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감자탕은 평소 내가 좋아하던 음식이 아니던가?

닭도리탕과 감자탕은 사촌쯤 되는 음식이다. 닭고기에 감자를 넣고 만든 음식이 닭도리탕이고, 돼지 뼈다귀와 감자를 섞어 끓인 음식이 감자탕이다.

얼큰한 국물도 좋고, 고기를 발라먹은 다음, 큼직한 감자를 쪼개먹으며 소주 한잔 마시면 천하일미다. 나중에 그 국물로 밥을 비벼먹으면 또 얼마나 맛이 있던가?

Y박사는 내가 정년퇴직자 연수에서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고, 그가 격월간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가로 등단할 때 내가 심사를 맡아서 인연이 깊어진 사이다. 나는 Y박사가 그렇게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줄도 몰랐다.

Y박사가 가르쳐 준 주소를 들고 인터넷을 뒤지니 홈페이지 문이 열렸다. 오른쪽에 그가 이야기한 <감자탕교회 이야기>란 문패가 나왔다. 노크를 하니 Y박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돋보기를 끼고 그가 쓴 글을 단숨에 몇 편 읽었다. 아니 이럴 수가? 나는 쏟아지는 잠을 뒤로 미루고 읽고 또 읽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이런 교회, 이런 목사가 있었던가? 양파껍질처럼 벗기고 벗겨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흘러 넘쳤다.

서울 수락산 기슭 어느 곳의 조그만 빌딩 3층에 있는 70평 남짓한 셋방살이 교회의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를 끌었다.

1층엔 감자탕 집이 있고, 4층엔 태권도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두 군데의 간판이 교회간판보다 훨씬 커서 그 교회를 찾아가려면 묻고 물어서 감자탕 집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 광염교회>란 본 이름 대신 감자탕교회란 별명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그 교회를 찾아본 적도 없고, 그 교회의 J목사를 만난 적도 없다. 요즘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뿐.

<감자탕교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개미들의 세계를 떠올렸다. 즐겁고 신나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개미떼들. 개교 10주년이 되는 지금 어른 신자만 8백 명 정도나 되어 일요일이면 낮에 5부, 밤에 5부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감동한 나머지 내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몇 줄 남겼더니 우루루 몰려와 댓글을 달아줄 정도로 관심을 쏟는다. 더구나 외부에서 광염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외광사모>까지 조직되어 있다니 놀랄 수밖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노사모>가 우리 나라 정치권에 노풍(盧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뉴스는 알았지만, 교회에도 그와 유사한 모임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하기야 Y박사도 <외광사모> 회원으로서 6개월 동안의 탐색기간을 거쳐 그 교회로 옮겼다지 않던가?

감자탕교회를 맡고 있는 J목사는 이제 겨우 44세로 젊은 목사다. 그 정도 젊은 목사라면 자기가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며 신도에게 군림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J목사는 자기가 하나님과 신도의 종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산뜻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Y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의 기업들이 고객만족에서 고객감동, 고객졸도를 지나 고객행복 책임지기 경영을 하려고 한다는데, J목사는 오래 전부터 그런 경영방식을 원용하여 교회를 운영해 왔던 모양이다.

J목사는 해마다 천여 명의 이웃어르신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고, 교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동네 가계에서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어느 가계 주인은 설교란 말조차 모르면서 고마운 나머지 '목사님, 언제 한 번 목사님 연설을 들으러 갈게요.'라고 하겠는가?

감자탕교회는 한 달에 1억 원 이상의 헌금이 모이지만 교회 통장엔 잔고(殘高)를 백만 원 이하로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가 기획하는 일에 바로바로 쓰고, 그 집행결과는 주보와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여니 교회 같으면 벌써 교회건물을 크게 신축하여 성전으로 삼을 법하건만 J목사는 그런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셋방살이 교회에서 복음을 전하면서도 태국에 종합대학인 광염대학을 세웠고,

개척교회와 해외선교, 북한동포 지원은 물론 국내외에 광염교회를 2020년까지 백 개 설립하려는 꿈을 갖고 추진중이란다. 무엇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느 과부인 여성도가 전 재산을 교회에 바치겠다며 J목사에게 재산문서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J목사는 얼마 후 그 여성도에게

'집사 님, 교회는 분명 집사 님의 전 재산을 받았습니다. 집사 님이 하나님께 드리기로 한 그 재산은 이미 하나님이 받으셨습니다. 이제 그 재산은 어제의 그 재산이 아닙니다. 이후 이 재산은 하나님께서 서울 광염교회를 통해 집사 님께 주신 선물입니다.'

이런 식으로 여성도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다시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감자탕교회는 자원 봉사자들로 하여금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게 하고 있다.

새로 신자가 들어오면 사진과 약력을 홈페이지에 올려 얼굴을 알린다는 것이다. 교회가 좁아서 얼굴을 마주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친밀감을 높이고 있는 디지털교회라는 것이다.

투병축제(鬪病祝祭)란 말도 감자탕교회 이야기에서 처음 발견한 어휘다. 30대 후반의 K집사는 잘 나가는 직장에서 선망의 직책을 맡고 있다가 11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암 선고를 받았는데,

직장의 동료들과 감자탕교회 신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경제적 지원에 힘입어 투병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 자신이 투병축제란 용어를 창안했다고 한다.

감자탕교회엔 상식을 뛰어넘는 일화들이 너무 많다. Y박사는 감자탕교회에서 사랑이란 광맥을 캐내는 광부가 되었다. 감자탕교회의 사랑탄광은 Y박사가 아무리 캐내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진장한 광맥일 성싶다.

E-mail [email protected]
http://member.kll.co.kr/cran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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