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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빼빼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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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짧은 동화 5

빼빼 이야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때는 나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떼를 지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우쭐해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살이 많이 없어서 빼빼 하긴 해도 내가 아주 힘이 세고 무시무시한 줄 알았었어요.
모두 내가 지나갈 때마다 머리를 숙이고 얌전히 있었으니까요.
잘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저는 '휙' 소리가 나도록 달려가선 '툭' 하고 때려주었고 다른 길로 가는 기미만 보여도 사정없이 '톡톡' 거렸었답니다.
언제나 제가 가리키는 방향이 옳은 방향이었고, 어디에서나 제가 서 있는 곳이 모든 곳의 중심이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들판을 뛰면 제 뒤로 모두 한 덩이가 되어 열심히 따라왔지요.
허! 그때의 그 감격이란!
또, 요 몇 달 동안엔 신기하게도 제 모습이 변하기도 했었고 제가 닿는 곳마다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도 했었죠. 드디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의 힘이 아니었다는 것을...저는 알았습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훗.....도대체 누가 절 그렇게 잘 따르고 제가 하라는데로 다 했냐구요?
희고 복슬거리는 옷을 입고 있고..가끔은 똥고집이 있지만 순진한 마음을 갖고 있고....음.....다리는 4개입니다. 양이에요. 양!
그럼..저는 누구냐고요? 빼빼한 몸매에 키는 한 2m 20cm쯤 되는 막대기예요.
제 이름은 '빼빼'이지만 사람들은 저를 '지팡이'라고도 부르지요.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지금 제가 깨달은 것은...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랍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몇 달 동안 이상한 일들이 저를 통해 일어났었답니다.
제 모습이 뱀이 되어 주인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구요, 건방지게 구는 다른 뱀들을 먹어치우기도 했습니다. 멀쩡한 물이 제가 닿자마자 빨갛게 피로 변했구요, 주인님과 제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수군수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너무도 우쭐해져서 다른 지팡이들에게 제가 세상에서 제일가는 지팡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그러다 일이 일어났지요.
주인님 손에 번쩍 들린 저를 보고, 세상에나......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짐을 싸들고는 집을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소, 나귀, 말, 닭, 약대, 강아지, 양, 염소 할 것 없이 모든 가축들과 모든 사람들이 글쎄 제 모습을 보면서 다 나와서는 길을 따라오지 뭡니까..
얼마나 장엄하고 수가 많던지 저는 입을 다물수조차 없었죠..
이 세상에 저 같은 지팡이는 없을 거라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답니다.

며칠을 걷고 또 걸어서 저는 그 사람들을 바다 앞에까지 데려왔답니다.
훗, 사람들이 바다를 보면 즐거워할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들은 바다를 싫어했나 봅니다.
바다를 보면서 주인님께 막 욕을 해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곳에서 죽게 할거냐며 큰 소리로 외쳐대는 소리를 듣는 건 정말 무서웠어요.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저를 부러뜨리고 산산이 부셔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저는 겁에 질려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어요.
나에게서 다시 큰 힘이 나와서 저 사람들을 모두 조용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고 주인님을 지켜드리고 싶었지만, 뻣뻣하게 굳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아무리 애써도 그 어떠한 힘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지금까지의 내 힘들은 어디에 있는 건지...

그 때 알았습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나의 초라한 막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깨달았어야 했는데...
정말 창피했습니다. 다른 지팡이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해댔던지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냥 이 빼빼한 몸 그대로 바다에 빠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챙강! 챙강!"
"덜그럭! 덜그럭!"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분주한 마차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저의 연약함에 힘들어 할 시간도 없이 저는 저 멀리의 무장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아! 그 군대 때문에 사람들이 이리도 거세게 욕을 하고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비참했습니다. 주인님과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삐적 마른 막대기, 주인님 손에 의지해서 서 있는 지팡이에 불과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때! 우렁찬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또 다시는 영원히 보지 못하리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

아주 담대하고 확신에 찬 주인님의 음성에 저는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무슨 일을 하시려는 거지?' 궁금해하고 있는 저를 주인님은 바다를 향해 내밀으셨습니다.

앗!
정말이에요!
정말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정말이에요!
정말이에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니!
바다를 가르고 있었어요!
힘껏 바닷물을 밀어내고는 길을 만들고 있었어요!

저는 보았어요!
그 길로 사람들이 서둘러 걸어가던 것을!
그 길로 사람들이 생명을 찾아 뛰어가던 것을!
그 길로...그 길로...바다에 생긴 마른땅!...그 길로......


우리가 길을 다 건넌 후에 저는 가득 찬 바닷물 위에 떠다니던 그 군대의 마차 잔해를 보았지요.

하나님 여호와, 내 주인 모세의 하나님..
그 분께서 하신 일을 저는 보았습니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에서 겸손하게 묵묵히 순종하신 모세의 손에 있던 저....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제가 간 그 길에 놀라운 일을 행하신 여호와 하나님..
저는 비록 초라한 막대기에 불과하지만 하나님 그분의 계획하심 속에 제가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저는 지팡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하나님 그분은 저를 사용하셨습니다.
거짓으로 자랑하던 제 껍데기는 이제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미 제 모습을 찾았으니까요.

지금도 저는 이곳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나의 지팡이로.
하지만
언제든지 하나님께선
저를 사용하실 수 있으십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분을 떠나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어민대 여호와께서 큰 동풍으로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지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 육지로 행하고 물은 그들의 좌우에 벽이 되니 -출애굽기 14장 21,22절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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