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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언,가장 아름다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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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나 혼자 맞아야 할 엄숙한 사건이며, 그 앞에 홀로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유언’이다. 유언은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면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한 손은 네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말년에 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보살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이 숨을 거두기 1년 전, 크리스마스 때 아들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는 지금까지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유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녀가 생전의 유언대로 살아왔기에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생전에 유언장을 미리 쓰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고 한다. 유언장을 쓰는 것은 ‘마지막 과정’이 아니라 ‘중간 점검’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성찰하기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한순간이나마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유언장을 쓰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생활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 단 한평의 땅도, 단 한칸의 집도 남기지 말아주십시오. 내가 하늘의 부름을 받은 그날부터 나의 모든 소유는 이 사회를 밝히는 데 사용해주십시오.”

지난 1998년 88세를 일기로 소천한 한국유리 최태섭 장로는 이같이 쓴 유언장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그는 죽음을 예비해 해가 바뀔 때마다 유언장을 다시 썼고 상속권자들이 유산을 사회에 환원해 선한 사업에 쓸 수 있도록 가르치며 생전에도 이를 실천했다. 그는 1984년 한경직 목사와 손봉호 교수, 김경래 장로 등이 시작한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에 참여해온 것이다. 이 운동에는 강제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행방법도 자유다. 다만 세가지 규칙이 있다. 매년 유언장을 새로 쓰고, 유언장에는 재산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며, 이 운동을 친지 친구 등 주위에 권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장로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서울 강남의 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지난 가을, 장로님 부부를 포함한 7명이 지리산 등반을 함께했기에 그분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리산 700m 고지에서 자란 100가지 약초로 만든 ‘백초차’를 마시며 삶을 얘기했었다. 그때 장로님은 “7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보니 행복은 특별한 게 아니란 것을 느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차를 마시고 대화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지요”라고 말했었다. 오늘이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며 매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라고 말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을 말할 때 곁에 있던 아내는 전적으로 동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아내는 소설가 정연희 권사이다. 오늘이 내 남은 생의 첫날임을 잊지 말자.

이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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