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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세상에는 이런 일도.../ 피의자를 위해 기도한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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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9/25 18:30

성남지원 강민구판사 판결문 권위주의 탈피 잔잔한 감동        


    




          
“오늘 아침 저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는 피고인이 없도록 현명한 지혜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형사사건을 진행하는 법관이 판결 선고에 앞서 법정에서 읽어내리는 장문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강민구(姜玟求·사진) 판사는 지난주 판결을 선고하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과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마음으로 임하되 공명정대한 ‘마음 속의 저울’을 생각하면서 오늘 재판을 하겠습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강 판사는 이어 자신을 소개하고 무죄 판결, 실형 및 집행유예 판결, 사회봉사명령을 받는 피고인들에게 각각 훈계와 충고를 전했다. 재판석에 앉자마자 “징역 3년” “항소 기각” 등 판결 주문만 선고하고 끝내는 다른 형사재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강 판사는 실형을 선고받을 피고인들에게 “현재의 결과는 모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라는 것을 명심하고 남을 원망하지 말 것”을, 법정구속 대상자에게는 “죄가 무거워 부득이 법정구속이라는 극약처방을 하는 것일 뿐 사람 자체가 미운 게 아님을 명심하라”고 충고했다.


“향후 항소심 절차도 있으니 항소심 재판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보다 더 정성을 기울여 그 맺힌 원한을 원만하게 풀기를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남을 원망하며 수형생활을 하면 남는 것은 증오와 적개심밖에 없습니다. 출소 후에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범을 저지르게 됩니다. 우선 자신을 용서하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십시오.”


강 판사의 이런 모습은 권위적인 판결 낭독 관행에 의미 있는 새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6개월 동안의 시행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법정 난동이나 항소율도 줄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수형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한다. 구치소 관계자는 “가슴에 와 닿는 따뜻한 훈계의 말을 들은 뒤 수형자들이 크게 감명받은 듯 표정과 태도가 달라진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 판사는 “재판부가 양형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아 피고인들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며 “5분의 배려가 형사재판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판사가 23일 법관 전용게시판에 올린 이 ‘낭독문’은 이틀 만에 650여명의 판사들이 열람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동아일보 이정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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