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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늙는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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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어두워 형광등 램프를 새것으로 바꾸다가 그것도 안되어 방마다 전기 스탠드를 사다 놓았다. 처음엔 아파트가 노후 되어 그러려니 생각했다. 여러 방법으로 조명을 밝혀보았지만 책읽기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참 후에야 집 조명이 어두운 것이 아니라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안과 의사가 노안(老眼)이란 진단을 붙여 주었다. 내가 왜 벌써 노안(老眼)이 오느냐고 되물었지만 후배인 그 안과의사는 노안(老眼)이 올 때가 되었다며 빙그레 웃기만 했다.

  시험삼아 권하는 돋보기 안경을 껴보나니 글자가 놀랄 정도로 똑똑히 잘 보였다. 그 의사는 안경을 늘 쓸 필요는 없으니 가까운 물체나 책 읽을 때만 안경을 쓰라며 날 위로해줬다.

  사람은 왜 늙는가? 또 왜 모두 늙는 것을 싫어하고 섧다고 말할까? 늙지 않고 젊게 살다 죽을 수는 없을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각 시대마다 위세를 떨치던 많은 위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다 뜻을 이루지 못 한 채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

  솔로몬은 "누구나 늙으면 몸에 기운이 빠지고 눈이 어두워지며 귀가 어두워지고 일이 겁나며 우울해진다. 그러나 늙어서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구나!'하는 그런 때가 오기 전에 너를 지으신 창조자를 기억하라"고 했다(전12:3-5). 이 '기억하라'는 뜻은 그냥 창조자가 있다는 사실만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의미와 창조자와 자신의 관계를 상기하라는 뜻 같다. 또 그렇게 하면 늙어서 찾아오는 섧은 마음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늙고(老), 병들고(病), 죽는 것(死)이 이 세상에 없으면 좋겠지만 이들 또한 새 생명의 태어남(生)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물들이다.  그 선하신 창조물로서의 '늙음'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리 힘센 장사라도 늙음을 이기지는 못한다. 늙어서 몸에 기운이 빠진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서러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것 또한 큰 축복이 되기도 한다.

  농부에게 추수하는 즐거움이 없다면 누가 땀흘려 농사를 짓겠는가? 마찬가지로 사람이 늙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말하라면 자식이나 젊은이들에게 받는 보살핌이나 공경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노인이 젊은이 못지 않게 기운이 펄펄 넘치면 수하들의 섬김을 받을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다워야 어른의 귀여움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노인이 노인 다워야 수하들의 섬김을 받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그 섬김 받는 것이 고맙고 자신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늙음이 젊은이와 노인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젊은이에게는 힘이 있지만 늙은이에는 지혜와 덕이 있다. 이들이 서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다.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영광을 받으시는 하나님은 조화와 화평의 신이시다.

  늙으면 눈이 어두워져 가까이 있는 것이나 작은 물체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는 늙은이는 작은 것, 눈앞의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반면에 늙으면 세상을 더 넓게 멀리 볼 수 있게 되며, 또 더 크고 영원한 것을 보기 쉽게 된다.

  귀가 어두워지는 것 또한 귀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의 소리보다 귀로 들을 수 없는 영적인 하늘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해주심이리라.

  요즘 중년층의 사람들 중에 건망증이 심하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건망증은 대표적인 노화 현상이다. 이것 또한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물이며 인간에게 허락하신 축복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보다 잊어야 하는 것이 더 많게 된다.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이다. 용서란 잊는 것이다. 건망증은 자신이 젊었을 때의 많은 실수를 용서받으며 살아왔듯이 젊은이의 실수나 잘못을 용서하며 살라 시는 하나님의 섭리 같다.

  앙상한 가지에다 오랜 세월 거치며 입은 온갖 상처를 감추지도 않고 눈보라를 견디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목(裸木)을 보며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몸에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여러 가지 병이 찾아오고 잘 키운다고 키운 자식들이 하나도 욕심대로 되어 주지 않아도, 또 평생 같이 살아온 배우자와 오손도손 애틋한 정이 느껴지지 않아도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구나." 하지 않고 그런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못난 모습 그대로 당신 앞에 나오기를 기다리시는 창조자를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늙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제 더 이상 호들갑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병 투성이, 흠 투성이인 자신을 용납하며 눈이 어두우면 안경 끼고, 혈압이 높으면 혈압  강하제를 먹어가며, 자식에게 문제가 있으면 같이 기도하며 걱정하고, 배우자에게도 더 이상 자기 취향을 강요하지도 말고 늙음에 순응하는 삶을 살자.

  늙음은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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