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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훈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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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습니다.
훈이 엄마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훈이가 아무래도 이상해요."
올 것이 왔나보다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잠시 숨을 멈추고 있다가 내가 갈테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벌써 14년째 방에만 누워 사는 훈이는 혼자 앉아 본 적도 없고
아파도 어디가 아프다 표현할 줄도 모르는 장애아입니다.
내가 처음 훈이를 본 것은 아마 10년이 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나 그때나 훈이는 기저기를 차고 있는 작은 아이입니다.
글쎄 조금 더 무거워졌을까요?
훈이를 안고 오는 엄마의 힘에는 조금 무거워졌을 것같습니다.

약 10킬로 정도 떨어진 훈이 집에 차를 타고 가보니
훈이는 의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열이 안 떨어진답니다. 밥을 잘 받아 먹던 아이가 입도 안 벌린다고 합니다.
어디가 아픈 것인지 몰라서 동네 의사를 불렀는데 모르겠다고 하더랍니다.

우선 열을 내려보자.
탈수가 심하니 수액을 주사하자.  
어딘가 염증이 있는 듯하니 항생제를 쓰자.
그러나 열이 안 내려갑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 결국 훈이 아빠가 포기를 하고 맙니다.
"선생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더 할 수있는 것이 없잖아요."

집에서 차로 2시간 걸리는 대학 병원으로 바로 가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는 힘없이 그날 새벽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훈이 엄마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훈이가 조금 전에 하늘 나라로 갔답니다.
지금은 너무 편해한답니다. 그리고 감사하다 했습니다.

정말 훈이는 편한 모습이였습니다.
항상 찡그리고 괴로워하던 그 얼굴이 아니라
너무 잘 생긴 고운 얼굴이였습니다.

" 응급실에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가망이 없다고 그냥 가라더군요.
링게르라도 꼽아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훈이의 얼굴을 보고있는 내 눈에 아버지의 눈물이 보였습니다.
" 처음 신을 샀어요. 훈이 신발을 사보고 싶었거든요. 이제 신겨서 보내야죠."
보이는 것이 내 눈물인지 엄마의 눈물인지 모르겠습니다.

"훈이를 위탁 기관에 맡기려고 했었어요. 그러나 중증 장애자라고 안 받더군요."
우리 동네에 있는 장애아 수용 시설에서 훈이를 거부했답니다.
내가 잠시 촉탁의로 있었던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만 두라 하셨나봅니다.

엄마는 멀리까지 따라나왔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잊지 못할꺼예요. 우리 훈이는 선생님께 다녀오면 참 편해 했어요. 선생님, 우리 훈이 불쌍해서 어떻해요? 나 훈이한테 미안해서 어떻해요? "

엄마의 마음은 항상 자식에게 미안한 것인가 봅니다.
돌아오는 마음이 참 아픕니다.
훈이는 편해졌지만 엄마의 상처는 더 깊어 진 것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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