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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살아가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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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배우며



시월의 중간지점, 나는 완숙한 가을의 한가운데를 살면서 삶이 주는 깊은 가르침에 귀기울인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는 비로소 한 여성으로
눈뜨기 시작했음을 알아가고 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그저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삼십대를 맞았고 삼십대에 들어선 그때에 결혼을 했다. 결혼의 진정한 의미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우리 부모님이 가정을 이루고 사셨고, 친구들이나 보통 사람들이 하는걸 보았기에 당연히 나이가 차면 하는 거겠지 하면서 일생에 한번은 해야 할 일처럼 여겨져 결혼을 했던 것 같다. 어떤 동기였던지 나의 결혼은 벌써 5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혼을 해서 남편과 살기 시작한 그 해 유월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간암으로 고생하셨던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커다란 의미를 남겨 주었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 너무도 무섭게만 생각되었던 나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새로운 사실로 다가왔다. 영원히 사실 것 같았던 아버지였지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인간은 언젠가 한번은 자신의 마지막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과 죽음이 결코 두려움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은 인간의 육신은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섭리에 순응하게 하는 마음을 안겨주었다.
아버지께서 돌아 가신지 얼마 안되어서 나는 아이를 가졌다. 첫째아이 딸을 낳았고 벌써 네 살이 되었다. 그리고 둘째 아들을 작년 십이월에 낳았다. 아이들을 태 중에 품고 있었던 열 달 동안 나는 정말 간절한 심정으로 하나님을 찾았고 교만하기 만한 입술로 기도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두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아 나의 엄마도 이렇게 고통을 겪으면서 나를 낳았구나'하는 엄마의 수고로움을 체험했고 비로소 나도 온전한 여성으로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선물로 받아 그 아이들과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나는 아이들을 통해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어쩌다가 딸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면 야단을 쳐준다. 그러면 딸아이는 울면서 무척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이제 저는 미워졌죠. 저는 안 사랑할거죠? 이제 동생만 사랑 할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의 부모님과 하나님을 향한 나의 마음이 얼마나 어린아이의 심정과 같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딸아이에게 야단을 치는 건 단지 그 아이가 올바른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건데 어린아이는 울면서 말한다. 이제 영원히 엄마는 자기를 안사랑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나도 육신의 부모님과 또 하나님의 사랑을 향해 얼마나 많은 오해와 부족한 이해를 앞세워 혼자만의 판단을 했었던가. 대학시절 그 시절의 흐름에 젖어 잠깐동안 부모님을 애태우고 하나님을 떠나서 신앙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 판단했었던 때가 있었다. 얼마 후 내가 다시 하나님께 돌아왔을 때 나는 하나님이 나를 용서하지 않으시리라고 믿어 버렸던 것이다. 지금 나의 딸아이가 내게 말하듯이 "하나님 이제 저를 더 이상 안 사랑하실 거죠?" 울면서 고백의 기도를 드렸었다. 어쩌다가 가끔씩 조그마한 죄를 지어도 불안해하곤 했다.
'아마 더 이상 하나님은 이런 나를 안사랑 하실 거야' 라고 독백하면서. 그런데 딸아이를 통해서 가르쳐 주셨다. 딸아이가 어쩌다가 실수하고 말을 안 들어도 평생 내 딸아이임을 알게 하신 거다.

가을이다. 완숙한 여인 같은 가을의 아름다움이 잔뜩 베어나는 계절 앞에 서있다. 가끔씩 들어가는 홈페이지 첫 면에서 아름다운 단풍사이로 난 길을 찍은 배경 사진을 한참 동안 감상했다. 이 멋진 가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맘으로 기도를 해본다.
아직 믿음이 어리기 만한 나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시는 그분의 손길, 가을 하늘은 높고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물들어있으며 나를 감싸안은 햇볕도 포근하기만 하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 써두었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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