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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는 '연봉 6억 투잡스족' 오마이뉴스[기타] 2003년 04월 25일 (금) 17:12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생계유지와 더불어 거기서 자기 성취를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다. 또 노동을 하는만큼 그 사람은 게으르지 않고 ‘삶’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낯선 남자와 포옹보다 더 가까이 붙는 만원 전철을 타고 한시간씩 걸려 출근해서 습관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하다 보면 ‘일하는 의미’에 대해서 잊게 된다.

나의 넷째언니는 재택근무자이며 '투잡스(Two jobs)족'이다. 언니는 자신이 일한다는 생각을 안하지만 법원은 언니의 일을 ‘노동’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언니의 직업은 전업주부다.

몇 해 전 법원은 전업주부의 월평균 임금을 72만9050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니 판례로 볼 때 나의 언니는 연봉 870만원의 노동자다. 하지만 이 급여는 언니가 하는 일의 양과 가치로 볼 때 너무 짜다.

내 언니는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솜씨가 좋은 타고난 요리사이고, 저고리부터 두루마기까지 멋들어지게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또 여섯명의 조카를 돌본 경력이 있고 현재 두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능력있는 보모다.

언니 대신 다른 사람을 고용한다고 할 때 72만9050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형부가 버는 돈, 혹은 언니가 다른 직업을 가져 돈을 번다고 해도 장관 수준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파출부의 일당이 8시간 근무에 4만5천원, 언니 수준의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경우 두 꼬마녀석에게 드는 비용은 하루 3만원꼴이다. 한달 30일로 계산하면 파출부 일과 베이비시터로만 225만원이 든다.

언니가 우수한 가정교사이고 간호사 역할도 하고 있는 점, 맏며느리로 시댁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는 점, 우리 가족에게 급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운전사 겸 비서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니의 급여는 최소한 월 500만원은 되어야 한다. 아니 그도 너무 적다.

미국의 금융서비스업체인 에들만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일은 연봉 6억원(50만 달러)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월 5천만원이다. 주방장 4만달러, 간호사 3만5천달러 등 인력회사에서 주부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해 맡긴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주부의 일을 ‘일’로 생각하는 풍토가 없다. 그래서 언니가 하는 일에 대한 이런 돈으로의 환산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언니가 하는 일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여성이 전업주부가 아닌 다른 일을 하려면 지금 언니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가족이 대신 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가장 많은 책임이 주어진 육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여성이 전업주부 이외의 ‘다른 일’을 찾기란 어렵다.

나의 다른 언니들의 직장생활은 바로 그 부분을 친정엄마가, 시어머니가, 동생이, 베이비시터가 나눠주었기에 가능했다. 사회가 여성의 노동력을 가져가고자 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 주어야 한다.

직장 탁아소, 방과후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 육아휴직 등등 사회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선 개인과 가정이 그 책임을 담당할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에선 주로 나이든 부모가 아이들을 대신 돌보는 것으로 그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육아 이외의 다른 일들도 역시 부부가, 혹은 다른 가족이 공동 부담을 해주어야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가능하다. 만일 부부가 똑같이 일하면서 한 쪽만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한다면 불평등한 일이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가치 실현으로도 꼭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정주부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좀더 높게 평가하고 그 일들을 사회적으로 나누어 가야 한다. 어느 카드 광고처럼 프로로 일하고, 운동하며 몸을 가꾸고, 피아노치며 우아함을 누리는 여성은 부럽지만 그러기에는 여성들에게 부담지워진 일이 너무 버겁다.

그러기에 언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 중에서 ‘주부’를 직업으로 택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내 언니의 일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언니에겐 늘 웃음과 여유가 있고 가족을 위한 배려가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보람을 느끼는 일은 다 다르겠지만 전업주부, 그들 덕분에 다른 가족들이 사회생활을 지탱해 나가고 있고 주부라는 직업이 연봉 6억원의 가치있는 일이라는 점을 가족과 사회가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송옥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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