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우리 집 부부싸움 풍경

    


이런 말씀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른지 모르겠는데...
(목사도 사람이니까 오늘 아침에는 쪼끔 망가지기로 하죠 뭐...)

전,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으면서 배고픈 것을 잘 못참는 편입니다.
(이런 것을 창자가 직선이라 쉬 배고프고 쉬 배부르는 '벤댕이 소갈딱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종종 아내가 밥하기 직전에 허둥대며 라면을 끓여 보란듯이 먹고,
정작 아내가 밥을 다한 다음에는 배 부르다고 내 방에 들어가 딴청하기 일쑤입니다.
사실 딴청도 저는 공부이거나 제 나름대로 작업이라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다음 날 아침에는 영락없이 찬밥 신세(?)입니다...

아내는 찬밥이 있더라도 뜨신 밥을 지어 남편에게 먹도록 하는 것이
남편을 귀하게 여기는 가정의 법도라는 우리 할머니의 말씀을 열번도 넘게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싹싹하게 "네에, 네에~!!"하면서 귀 어두우신 할머니 귀에다 입을 대고
걱정 마시라는 듯이, 잘 알겠다는 듯이, 꼭 그렇게 하겠다는 듯이
씩씩하게 대답도 잘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확신(?)을 끼쳐 주던 아내입니다.

어쨌든 전, 찬밥을 잘 먹습니다.
언젠가 '아침부터 찬밥이 뭐냐?'고 서방님의 권위(?)를 세우려 한번 말 한번 잘 못 꺼냈다가
본전도 못건지고 요 아래의 약정 아닌 약정을 맺게 되었습니다.

밥 때 지킬것
---> 안지키고 자기 맘대로 늦게 오면, 저녁은 알아서 해결하고 오는 것으로 한다.
정 못먹고 왔을때는 자는 아내 깨우지 않고 조용히 자기가 차려먹는다.
그리고 흔적이 남지 않도록 설거지까지 한다.


주는 밥 먹을 것
---> 자기 맘대로 아무거나(?) 먹으면 준비된 밥 다 먹을 때까지 밥은 안한다.


서로 도울 것
---> 안 그러면 나는 '내 일'(my work)만 한다.
(아내가 자기 일만 하면 정말 큰일납니다. 여기서 "자기 일"이라함은 밥하고, 빨래하는 가사일만 말함)
왜 큰일 나냐구요? 에... 그러니까...꼼지락 꼼지락...-.-;
우선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 아내는 거의 절반을 감당합니다. 주로 여자를 만나는 일...
어쨌든 적어도 저희 집에서는 좀 공평한 편입니다.


나보다 한살 아래인 아내는 제게 철저할 정도로 존대말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있을 때 외에는 아내에게 존대말을 안씁니다.
무시해서는 아니지만, 그게 어쩐지 편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제게 반말할 때가 있습니다.
단 둘이 부부싸움을 할때 아내가 100% 잘했을 때 입니다.


"야아~ 니가 뭐니 니가 뭐야?"

"뭐어? 니가? 아쭈... 너 지금 나한테 니가라고 했니?"

"그래 너한테 너라고 했다, 왜 어쩔래?"

그렇게 되면, 내 잘못은 저 만큼 가버리고 아내가 나한테 반말하고,
또 너라고 했다는 것 때문에 열을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무말 않고 전화기를 듭니다.

"뭐할라고? 어디다 거는데?"

"췌...니네 엄마한테 전화 건다. 그리고 할머니한테도 전화할꺼야. 서방무시한다고 다 이를꺼야!"

"야아~ 치사하게..."

아내는 전화기를 빼앗습니다.

"우리 엄마 속상하게 하지마!
나도 니네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 이를꺼야..."


그러면 대부분 피식 웃다가 끝나곤 했는데, 이런 스타일의 싸움은
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고, 또 장모님 건강이 그래도 괜찮으셨을 5년전 까지의 버젼입니다.
지금은 할머니 안계시고, 장모님도 편찮으십니다...

참...
남자는 단순한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아내한테 만큼은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철부지적인 생각도 있구요...

나만 그런가...
아니 나만 그런걸 가지고 딴 사람도 그런것 모양 이렇게 떠들어 대면
명예 훼손에 걸릴텐데...
암튼 남편들은 인정받고 싶다구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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