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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 귀즐라프와 최초의 주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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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교수 (대신대학교 한국교회사)

한 세기가 지나도록 한국교회가 암묵적으로 수용해 온 신약성경(마6:9-13)에 나오는 주기도문이 최근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협의회의 협의로 새로운 주기도문이 이렇게 발표되었다.

그 본문을 보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위의 주기도문을 공표하면서 부연해 설명하기를 “주기도문이 누가복음에도 있으나 예배용으로 적절한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을 번역하되 헬라어 성경 UBS3판의 난하 주(註)에 있는 송영도 본문으로 간주했으며,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되 기도문에 적합하도록 현대 문어체로 정중한 표현을 선택했다” 라고 했다.

실로 기독교가 이 땅에 전해진지 100년만의 일이요. 1832년 네덜란드 인 칼 귀즐라프(1803-1851)가 조선 서해안 고대도에 도착한 해로부터는 172년만에 성경원어에 가까운 표준형 주기도문으로 재생된 것이다. 귀즐라프 선교사가 조선땅에 승선한 선박의 사정 때문에 40일정도 밖에 머물지 못했으나 그가 번역해 남기고 간 주기도문은 한국기독교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었다. 어느 날 그가 승선한 암 허스트 호에 문정차 홍주 목사 이민희 일행이 배에 올라 하룻 밤을 머무르게 되었다.

어학에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귀즐라프 목사는 서생 양씨에게 언문(한글)으로 된 주기도문을 옮겨받아 역사적인 “한글 주기도문”을 완성하였다. 이것이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의 성경번역이요 최초의 한글 주기도문으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양씨는 주기도문을 번역도중 몇 번씩이나 자기 목세 손을 갖다대며 죽는 시늉을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이 땅에 먼저 전래된 천주교인들이 여러 차례 박해 받으면서 많은 순교의 피를 흘렸던가를 반증해주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귀즐라프 목사는 암 허스트 호의 본래 목적인 조선과의 교역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됨으로 그의 선교 목적까지도 꿈이 깨어진 채 뱃 머리를 돌리는 갚판 위에서 멀어져만 가는 은자의 나라 조선을 바라보면 눈물로 얼룩진 이런 기도를 드렸다. “나의 전한 복음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열매를 맺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나는 이것을 믿었는 고로 영광에 찬 십자가의 도를 조선인에게 전파하였습니다. 선물로 증정한 성경을 조선의 국왕이 받아보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의 주인들은 이미 성경을 받고 있으니 저들을 통하여 복음이 조선 오 땅에 퍼져 광명의 아침이 찾아오도록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가 번역했다는 기도문의 원문이 남아있지 않아 유감이지만 한국교회 역사 속에 최초의 주기도문 번역자로써 기록된 영광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귀즐라프는 장차 조선이 언제인가는 복음의 빛으로 인도될 날을 기대하며 격한 바람이 불던 8월 어느 날 아침 서해안을 떠난 후 다시 이 땅에 찾아오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21세기에 접어든 길목에선 한국교회가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번역문의 주기도문 완성 소식을 접한 필자는 170여 년 전 이 땅에 왔다간 복음의 선구자 칼 귀즐라프 목사가 문득 다가오기에 칼 귀즐라프와 최초의 주기도문을 음미해 본다.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가장 모범적이요 영원불멸의 기도문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었으니 그 기도문을 드리는 우리 한국교회도 일치와 협력을 위해 드려지는 성령의 파워가 넘치는 능력의 기도로 승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오늘의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의 배경에는 초기에 조선 땅에 발을 내디뎠던 이와 같은 희생적인 개척선교사들의 숨은 공력이 밑거름이 되어 개화하게 된 사실을 잊혀서는 안 될 것이기에 새해 벽두에 점점 잊혀져 가는 칼 귀즐라프 목사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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