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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카툰 “예수님도 이 기이한 풍경을 보면 발걸음 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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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얼마나 고생하셨겠어요. 올해는 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아닙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살림살이가 힘들텐데 내리는 게 맞습니다.”
지난 6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한살림사업연합의 물류단지에서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쌀값을 두고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일반 시장에서는 소비자는 한푼이라도 더 깎아 싸게 살려고 하고, 생산자는 더 높은 가격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뭔가 좀 이상하다. 농삿꾼들은 값을 내려 받으려고 하고, 소비자들은 값을 높여서 사려고 한다. 겨울 초입에 벌어진 한살림 벼 수매가 결정 회의장 풍경이다. 이날 초겨울 날씨가 제법 추웠다. 한살림 한 회원은 “크리스마스날 예수님이 이 모습을 봤다면 그냥 발걸음을 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을 따로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한살림사업연합은 이날 ‘2011년산 벼 생산관련회의’를 열어 쌀 수매가를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수매가격 ‘7천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생산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동결’안을 제시했다. 동결과 7천원 인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2시간 넘는 토론 끝에 2011년산 벼 수매가격은 40킬로그램 기준 한 가마에 8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2009년산과 2010년산 벼 수매가에 이어 3년째 동결이다.

한살림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 백미 8킬로그램의 소비자 가격은 3만1600원이다. 소비자가 일반 매장에서 사는 쌀값은 20킬로그램 기준으로 4만원 정도다. 20킬로그램으로 환산해서 비교해보면, 한 살림 쌀값이 일반 쌀값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전국 25만 한살림 회원들은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한다. 한 회원은 “요즘에는 환경파괴가 식생활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믿을 수 있는 생산자들이 생산하는 쌀이라 더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살림 유기농 쌀은 환경을 살리는 데도 한 몫 한다.

안정적인 공급과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도 한살림 쌀을 선택하는 이유다. 올해는 봄철 저온 현상과 여름철 일조량 부족, 태풍 곤파스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농작물 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일반 시장은 작황에 따라서 소비자 가격이 널뛰기를 한다. 한살림 생협은 시장의 물가 폭등과 관계없이 농산물을 회의에서 미리 결정된 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소비자들은 약정한 생산량을 책임지고 소비하고 생산자들은 약정한 가격과 품질을 최대한 지킨다.

이날 회의 막바지에 김희은 한살림 고양·파주 이사장은 “힘들지만 소비자들 힘내시기 바란다”며 은근히 수매가를 올려주고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호열 한살림전국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소비자 여러분이 주시는게 가격”이라며 “동결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농사는 핸드폰 농사”라며 농사 현실을 걱정했다. ‘핸드폰 농사’는 고령인 농부들이 농기계를 움직일 힘조차 없어 일꾼을 고용해 농사를 짓는데, 논에서 일하고 있는 일꾼과 핸드폰으로 대화를 나누며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번 수매가 결정 회의에 참여한 생산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이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황춘화 한살림서울 농산물위원장은 “동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7천원 올려서 9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자님들 쌀값 올려 달라고 요구하세요”라고 다소 흥분된 어투로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싸면 소비가 안될까봐 걱정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깎으면 수지타산이 안맞아 생산자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먹거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백윤주 경기남부 농산물위원장은 “쌀 생산비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안해 했고, 정선섭 충남 생산자 대표는 “도시 생활이 빠듯한데 비싸면 어떡하냐”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을 걱정했다. 실제로 가격을 올리면 생산자에게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다른 쌀 상품들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싸고 품질 좋은 쌀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 한살림 관계자는 “생산자와 소비자는 수매 가격을 결정하는 데 항상 ‘지속 가능한 생산’ 여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email protected]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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