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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생명 선교사가 난치병으로 잃은 딸-투병 중인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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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명 선교사가 난치병으로 잃은 딸-투병 중인 아들에게 [2010.01.31 18:04]





하늘나라에 있는 한별아! 고통 중에도 미소짓는 예준아! “너희는 완벽한 기적의 선물이란다”

주위의 선배·동료 선교사들이 속속 추방되고 있는데도 선교 현장을 묵묵히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녀까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2003년부터 A국에서 사역 중인 이생명 선교사의 슬하엔 ‘리씨증후군(Leigh disease Syndrome)’을 앓는 두 자녀가 있었다. 희귀난치병 리씨증후군은 사립체질환,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으로도 불린다. 섭취된 음식물을 소화분해해서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미토콘드리아(사립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몸의 각 기능들이 상실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게 무서운 병이다. 아직까지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되지 못했다.

큰딸 한별(6)이는 지난 21일 새벽 3시께(현지시간) 고열과 함께 호흡곤란으로 끝내 하나님 품에 안겼다. 막내 예준(4)이도 언제 하나님 나라에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선교사가 가슴에 묻은 한별이와 투병 중인 예준이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내 사랑 한별아, 지금은 눈물이 없는 곳, 고통이 없는 곳, 하늘 아빠의 품에 안겼겠구나. 참으로 미안하구나. 아빠로서 해줄 수 있었던 게 거의 없었어.

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한별이 천국 환송예배를 드릴 때 하나님의 섭리라고 여겼는데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어. 너는 다음날 화장과 함께 강원도 원주시 문막추모공원 내 온누리동산에 묻혔지.

한별아, 넌 아빠에겐 특별한 딸이었단다. 선교지로 떠나기 전 아빤, 자녀를 갖는 걸 포기했었어. 네 엄마가 두 차례나 유산을 했어. 엄마는 근종제거 수술을 하면 ‘아기집’ 기능이 상실된다는 진단을 받았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거야. 너를 갖게 된 거지. 엄마의 근종 때문에 넌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어. 황달 증세에 약간의 저체중이었지만 건강한 편이었어.

넌 항상 아빠에게 웃음을 주었지. 넌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아기였을 때 선교사 기도모임에 가면 한 손을 들고 아빠를 따라하려고 했지. 온누리교회 하용조 담임목사님이 설교하실 때 한 손을 들고 ‘할렐루야’를 외치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 ‘하목사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어. 네 동생 예준이는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 할 너를 고려한 아빠 엄마의 기도 선물이었지.

예준이가 태어난 지 7∼8개월 되던 때였단다. 예준이의 한쪽 눈에 사시증세가 왔어. 비슷한 시기에 너도 사시증세를 보였어.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가 MRI 검사를 했지.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는데 예준이는 사시 증세와 함께 또래아이들과 달리 옹알이를 거의 하지 못했어. 아빤, 발달이 느린 거겠지 생각했어.

2007년 6월 안식년을 맞아 고국에서 선교사 재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선교훈련원(GMTC) 입소를 앞두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예준이를 위해 정밀검사를 했어. 그때 예준이가 ‘리씨증후군’이라는 확진 판정을 받았어. 진단 결과를 받아들고 병원 로비에서 대성통곡했어. 백약이 무효라는 거야. 처방된 비타민제를 먹일 수 있는 게 전부였어. 예준이는 웃음을 짓는 것 외에는 어떤 감정 표현도 못했지. 한국 나이로 다섯 살이라지만 발육상태는 생후 3∼4개월 정도에 머물러 있어.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지. 2007년 11월 중순, 네가 갑자기 경기를 시작했어. 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겼는데 동생과 동일한 병을 앓고 있다는 판정이 나왔어. 예준이는 그나마 악화되지 않는데 넌 점점 말을 못하게 되고 손발이 굳어갔어. 발랄하던 네가 갑자기 그렇게 되자 절망감이 밀려왔어. 기적으로 얻은 아이 모두가 희귀병으로 죽음을 기다려야 하다니.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싫어졌어.

그러던 어느 날 마가복음 6장을 묵상하다가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됐어. 오병이어의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직접 벳새다라고 하는 분명한 목적지를 주시고 보내셨어. 제자들은 순종해 길을 나섰지. 그런데 그들을 기다린 것은 목숨을 노린 광풍이었어. 어려움은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맞보게 되는 계기였지. 자신들이 밟고 있는 땅 전체가 변화되는 기적을 목격했지. 아빤, 우리 가족의 고통 속에서 A국의 장애우와 고아들을 돌보는 게 사명임을 깨닫게 됐단다.

그렇지만 너의 퇴행은 계속됐지. 턱관절이 굳어 음식물을 제대로 삼킬 수 없게 됐지. 지난 21일엔 네 몸 대부분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어. 볼 수도, 들을 수도, 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어.

한별아, 아빤 곧 선교지로 다시 떠날 거란다. 엄마와 예준이도. 주님의 또 다른 섭리를 기대하면서. 네 동생을 위해 기도해주겠니. 아빠와 엄마를 위해서도. 언젠가 우린 하늘나라에서 만나 얼싸안게 될 거야. 그때까지 안녕, ‘미소천사’ 예준아, 너도 완벽하단다. 아빠에겐 살아 있는 하나님의 또 다른 말씀, 레마이거든. 끝까지 힘내자. 사랑한다.”

2010년 1월 30일 아빠가 서울에서.

정리=함태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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