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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돋을새김-고세욱] 평창, 플랜B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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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올림픽 티켓을 단체로 구입해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다. 하지만 공짜표임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최근 만난 한 기업 관계자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전해준 사내 반응이다. 실제 52일 앞둔 평창올림픽의 열기를 주변에서 느끼기가 쉽지 않다. 선수촌도 준공되는 등 평창은 막바지 손님맞이에 한창이지만 정작 국민들 반응은 심드렁한 편이다. 평창올림픽보다 평창 롱패딩이 더 관심거리다.

이에 정부는 더욱 ‘북한 참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유엔에 가서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를 만나든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발언의 일성은 ‘북한 참가 호소 및 지원’이 돼 버렸다. 북한을 막판 판세 뒤집기를 위한 회심의 카드로 여긴 것 같다.

기자도 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지난 2월 이 지면에서 평창을 평화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참가가 급선무라고 썼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부재’에 대비한 플랜 B도 염두에 둬야 할 때다. 북한은 자력으로 따낸 올림픽 피겨 페어 출전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올림픽에 관심이 있다면 나올 수 없는 행위다. IOC가 제공할 여러 장의 와일드카드를 염두에 둔 노림수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속된 말로 ‘자존심 빼면 시체’인 북한 속성상 이런 꼼수를 부릴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이 땅에서 처음 열린 1988서울올림픽은 어떻게 북한 변수를 극복하고 성공했을까.

서울올림픽은 냉전의 기운이 여전한 시기에 열렸다. 체제 경쟁이 심할 때여서 북한 참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형식에 그쳤다. 반면 북한의 위협은 보다 가시적이었다. 1987년 11월 말 북한은 각국의 올림픽 참가를 방해할 목적에서 KAL기 폭파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개막 한 달여 전까지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시위도 있었다. 그때도 올림픽을 보는 불안한 시선의 중심에는 북한이 있었다. 그렇지만 서울올림픽은 역대 가장 성공한 올림픽 중 하나로 꼽힌다.

공산권 국가들의 대거 참여로 사상 최대 올림픽을 이끈 외교 역량 말고 대회로만 국한해서는 뛰어난 콘텐츠와 비전 제시가 묘수였다. 개막식에서 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경기장 한가운데로 질주한 장면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를 기획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분단국 이미지를 벗기 위해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굴렁쇠 소년의 등장은 16년 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벤치마킹됐다. 개막식 한마당 행사 ‘손에 손잡고’도 장관이었다. 노래에 맞춰 각국의 사람들이 자국 의상을 입고 한데 어우러졌고 역대 올림픽 마스코트까지 총집합했다. 동서를 막론한 전 세계의 화합을 보여주는 메시지에 찬사가 쏟아졌다. 북한의 불참 공백을 한민족의 독창성과 이념을 넘어선 포용의 정신으로 메웠다. 뜨거운 국민 호응과 완벽한 대회 운영은 덤이었다. 1년 뒤 공산권과의 잇단 수교는 올림픽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 컸다.

북한이 막판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을 내리면 금상첨화다. 그렇다고 이것이 올림픽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3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선수단이 왔고 폐막식 때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한류스타들만 두드러진 성의 없는 개막식, 허술한 대회 진행 등으로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오명을 썼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은들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면 제품은 보나마나다.

북한 참가와 상관없이 평창올림픽만의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고 국민의 관심을 높일 방안을 끝까지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더라도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원국에 심어줄 대책도 필요하다. 어떤 위협에도 희망이 모이면 두려움은 겁낼 것 없다며 겨울축제 참가자들과 손을 잡을 때 올림픽 성공은 다가온다.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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