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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시집오길 잘했지?” “난 누구한테 시집가든지 다 잘되게 되어있어요.”

결혼한 이후로 어느덧 31년이 지났다. 정수리에는 어느 틈엔가 흰머리가 수북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여전히 저렇게 통통 튀는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 그랬다. 부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결혼해서 서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가끔은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로 결혼했던 시절의 아내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이 여자 좀 데려와줘요.”라며 억지를 부린다. 그럼 아내는 한 손으로 얼굴을 떡하니 받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배부른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여기 있잖아요.”

1979년 중앙일보에서 실습하고 있던 아내를 만났다. 그때 아내는 고3이었고, 나는 신인 개그맨 시절이었다. 아내에게 반했던 나는 접근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계속 불발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혼자 덕수궁 안에서 친구와 온 그녀를 만나 사진을 찍어주게 됐다. 이 만남은 데이트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태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아저씨를 만나기 부담스러웠는지 아내는 앞으로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나는 당시 방송국 통폐합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내가 데뷔했던 TBC가 여의도 KBS로 흡수됐고, 아내는 서소문에 있는 중앙일보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후 아내를 보지 못한 채 7년이 지났다. 아내를 계속 그리워하다가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나 어떻게든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

1986년 다시 찾아간 중앙일보 건물에는 여전히 아내가 있었다. 아내의 나이 스물여섯 살 때였다. 7년 만에 아내를 다시 만나자 내 손은 휴대전화 진동 오듯 심하게 떨렸다. 만남의 횟수는 조금씩 늘어갔고, 다음 해 9월 우리는 결혼했다.

결혼 생활 동안 우리 부부는 많이 다투기도 했다. 아내는 너그럽고 낙천적인 성격인 데 비해 나는 꼼꼼하고 잘 토라지는 편이었다. 한바탕 싸우고 난 다음 날, 나는 어제 생각으로 우울한데 아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할 일을 했다. “나만 삐친 것이냐”고 물어보면 “난들 왜 감정이 안 남아있겠어요”라고 했지만 내게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큰아이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야기다. 하루는 아내가 등교시간에 큰아이를 태우고 학교 뒷문으로 갔다. 앞문에서 두발 검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아이가 잘 들어가는지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곳에 교감 선생님이 서 있었다. 큰아이는 죽어라 도망가고 교감 선생님은 “저놈 잡아라” 하고 쫓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놀라운 일은 아내가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다가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아이가 누굴 닮아 저럴까’라고 생각하면서 가슴 아프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웃겼어요. 지도 한번 당해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가슴이 아프긴요. 근데 왜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우리 부부는 서로 웃고 위로하며 여기까지 살아왔다. 요즘도 가끔씩 삐치곤 하는 나를 받아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당신 성격 맞출 수 있는 여자는 대한민국에서 나 하나예요.” 절대 반박할 수 없는 아내의 똑 부러진 말이다. 아내의 말이 참말이라 이 말이 나는 싫지 않다.

정리=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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