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201803090006_23110923912808_1.jpg
미웠다가 예뻤다가. 아들만 둘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은 ‘내 아이’가 아니라거나 아이가 스무 살이 지나면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는 등 자식을 끼고 사는 부모들에 대한 훈계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먼저 미웠다가. 큰아이가 PC방에 가서 게임하느라 정신없던 시절이 있다. 한번은 찾으러 갔다가 게임에 빠진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싫은 티를 내지 않고 음료수를 하나 사주고 게임값을 계산하고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아들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하루는 밤늦게 집에 오니 식탁에 카네이션 한 송이가 있었다. 어버이날 밤이었다. 새벽이 되자 카네이션은 두 송이가 됐다. 두 아들이 하나씩 사온 모양이었다. 지금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식탁에 올려놓은 꽃 두 송이로 어버이날을 때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며칠 뒤 나는 결국 싫은 소리를 했다. “이 녀석들아.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주기 멋쩍으면 손에라도 슬쩍 쥐어주든가. 아니면 꽃 사왔다고 말이라도 하든지.” 무뚝뚝한 아들들 말고 다정한 딸 하나 낳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던 날이었다.

2013년 추석 때는 제대로 난리가 났다. 서울에서 자취하던 큰아이가 집에 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봐도 인사를 안 하기에 며칠째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사달이 난 날도 마찬가지였다. “잘 잤어?”라고 묻자 아들은 고개도 들지 않고 “응”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속이 좁은 것이라 생각하고 함께 밥상에 둘러앉았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짧게 식사 기도를 했다. “사랑의 하나님. 연휴에 우리 가족이 식사를 함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큰아들은 말없이 밥만 먹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화나고 기분 나쁜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계속 말했다. “아침에는 인사 좀 하고, 얼굴은 보고 이야기해야지. 혹시 졸업 앞두고 취업 때문에 고민돼서 그러니? 사람이 말이야 열심히 하다 보면….” 이때 아들의 한마디가 허공을 갈랐다. “알았어!” 나와 아내는 당황했다. 화를 내진 않았지만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다시 예뻤다가. 그 뒤로도 우리는 계속 대화가 필요한 부자 사이로 지냈다. 이후 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속마음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문자를 통해서였다. 부모들은 자식의 단 한마디에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한 프로그램 출연 중 MC가 “나는 너에게 어떤 아빠니”라는 문자를 자녀에게 보내라고 했다. 아들은 평소에 말은 잘 안 하면서도 문자로는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편이었다. 나는 문자를 곧바로 보냈다. 얼마 되지 않아 아들은 답장을 해왔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나는 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문자 내용은 이랬다. “내가 제일 닮고 싶은 아빠.”

이때의 감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아들이 이렇게 효도를 할 줄이야. 많은 출연자들이 부러워했다. 뒤이어 도착한 문자는 더 좋았다. “아빠, 이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나? 느낌으로 통하는 거 아님?”

정리=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짧은주소 : https://goo.gl/bU3wUj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107613 유틸 인공지능 AI 얼굴 교체 프로그램 - Fakeapp 2.2 PC 1 file 2018.03.09 2034 운영자
»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7> 미웠다가 예뻤다가… 말보다 문자가 편한 삼부자 2018.03.09 33 운영자
107611 설교 [가정예배 365-3월 9일] 신앙생활이 흔들릴 때(2) 2018.03.09 50 운영자
107610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6> 아내가 고3때 첫 만남… 7년 기다렸다 재회해 결혼 2018.03.08 31 운영자
107609 설교 [가정예배 365-3월 8일] 신앙생활이 흔들릴 때(1) 2018.03.08 37 운영자
107608 설교 타락한 성문화와 동성애 2018.03.07 71 빛의 사자
107607 설교 분당우리교회 주일설교 이찬수 목사 | 새로운 삶의 첫 단추 | 2018-03-04 고화질 2018.03.07 22 분당우리교회
107606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5> 굿판 벌이던 할머니, 예수님 그림으로 방 채워 2018.03.07 40 운영자
107605 설교 [가정예배 365-3월 7일] 샤론의 꽃 예수 2018.03.07 24 운영자
107604 예화 저수지에 물이 없으면 물고기 무덤이 됩니다 2018.03.06 38 곽주환 목사(서울 베다니교회)
107603 예화 이름을 불러주시는 주님 2018.03.06 40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107602 예화 언제나 기초가 되는 은혜 2018.03.06 46 김석년 목사(서울 서초성결교회)
107601 예화 학철부어의 사랑 2018.03.06 39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
107600 예화 본질과 비본질 2018.03.06 81 박성규 목사(부산 부전교회)
107599 예화 진실의 2분의 1 말하기 2018.03.06 29 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107598 예화 순간의 분노가 큰 화를 부릅니다 2018.03.06 28 곽주환 목사(서울 베다니교회)
107597 예화 2018.03.06 31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107596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4> “교회는 사랑 하나만으로 다닐 만한 가치가 있다” 2018.03.06 24 운영자
107595 설교 [가정예배 365-3월 6일] 나는 샤론의 수선화 2018.03.06 22 운영자
107594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3> 전역 후 암에 걸린 어머니 업고 안수기도 받으러 다녀 2018.03.05 22 운영자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5445 Next
/ 5445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