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0> 따뜻한 신앙 선배였던 구봉서 선생님, 그립습니다

by 운영자 posted Mar 14,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재생하기
201803140001_23110923915490_1.jpg
“안녕하세요. 막둥이 구봉서입니다.”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 내가 존경하는 코미디언 고 구봉서 선생님이 남긴 유행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구 선생님은 한국 코미디계의 살아 있는 역사 같은 분이셨다. 구 선생님은 코미디언뿐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눈부신 활약을 하셨다. 1963년 개봉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 죽기 직전 “내가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겨주니”라고 한 말이 명대사로 회자됐다.

나는 이런 구 선생님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흠모하면서 코미디언이 되려는 꿈을 품었다. 어린 시절에는 보기만 해도 즐겁고 신났는데 막상 후배가 되고 나니 지레 주눅이 들었다. 스물여덟 살이라는 나이 차이와 대선배라는 인식 때문에 가끔 얼굴을 마주칠라치면 안절부절못하곤 했다.

어렵기만 했던 구봉서 선생님이 나를 다정하게 부르기 시작한 것은 뜻밖의 계기를 통해서였다. 나는 평소 상가 방문을 거른 적이 없었다. 구 선생님을 상가에서 자주 뵈자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인사를 받으시다가 점차 살갑게 맞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아마 “저놈이 그래도 궂은일 피하지 않고 자주 찾아다니는구나” 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구 선생님은 개그맨 신우회를 이끄시기도 했다. 신앙 선배 역할을 하면서 부족한 후배들을 잘 챙기셨다. 동료끼리 티격태격하면 불러서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다독이셨고, 내가 일본 유학을 떠날 때는 열심히 하고 오라고 기도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일본 유학 시절이던 1991년,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잘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보내오는 글과 편지는 큰 위로가 됐다. 이때 문득 구 선생님이 생각났다. 이메일도 없던 그 시절 나는 손편지로 안부 인사를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무려 5장에 걸쳐 답장을 보내주셨다. 지금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 편지를 귀한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

아버지와 자식뻘 같은 나이 차이가 난 덕에 선생님과 가까워진 다음에는 재롱을 많이 부렸다.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안아달라고 떼를 썼고, 그때마다 “저눔은 하는 짓이 구여워어∼”라고 웃으며 말하곤 하셨다.

지금도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일이 있다. 1989년 큰아이 첫돌 때 일이다. 많은 선후배들로 집이 북적이는 가운데 누군가 구봉서 선생님이 밖에 오셨다고 말해줬다. 선생님을 맞이하러 달려갔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금반지 하나를 건네신 뒤 엘리베이터로 향하셨다. “축하한다. 나는 어디 들러야 해서 갈게. 잘들 놀아라.”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때의 일은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후배들이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배려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언젠가 설날 아침에 찾아뵀을 때도 선생님은 고령이라 보청기를 끼신 채로도 끊임없이 유머를 선보이셨다. “야∼ 선생님 보청기가 크네요”라고 한마디 건네자 “홍렬아, 이거 아주 잘 들려. 모기들 얘기하는 것까지 들려”라며 너스레를 떠셨다.

선생님은 90세까지 살다가 2016년 8월 천국으로 가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어려웠던 시절, 웃음으로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셨던 코미디언 구봉서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짧은주소 : https://goo.gl/mKBdjq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107706 예화 마지막 끈 2018.03.16 20 김장환 목사
107705 예화 오늘의 감동 2018.03.16 34 김장환 목사
107704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2> 나눔은 기쁜 중독… 남 돕는 묘미 끊을 수 없어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잘한 일로 손꼽는 것 중 하나가 사회복지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가 된 지 올해로 20년. 개인 후원... 2018.03.16 12 운영자
107703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2> 나눔은 기쁜 중독… 남 돕는 묘미 끊을 수 없어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 잘한 일로 손꼽는 것 중 하나가 사회복지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가 된 지 올해로 20년. 개인 후원... 2018.03.16 14 운영자
107702 설교 [가정예배 365-3월 16일] 내 마음은 주님의 동산 찬송 : ‘예수는 나의 힘이요’ 93장(통 93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아가 4장 10∼16절 말씀 :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 2018.03.16 13 운영자
107701 설교 [가정예배 365-3월 16일] 내 마음은 주님의 동산 찬송 : ‘예수는 나의 힘이요’ 93장(통 93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아가 4장 10∼16절 말씀 :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 2018.03.16 10 운영자
107700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1> 천재 같은 전유성 선배… 멘토로 여기고 따라 한 개그맨이 전유성 선배 앞에서 재미있는 개그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형님, 이거 제가 처음 만든 개그예요.” 그의 얘기를 들은 전 선... 2018.03.15 14 운영자
107699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1> 천재 같은 전유성 선배… 멘토로 여기고 따라 한 개그맨이 전유성 선배 앞에서 재미있는 개그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형님, 이거 제가 처음 만든 개그예요.” 그의 얘기를 들은 전 선... 2018.03.15 11 운영자
107698 설교 [가정예배 365-3월 15일] 너는 내 사랑 찬송 : ‘목마른 내 영혼’ 309장(통 409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아가 4장 1∼7절 말씀 : 참된 신앙의 기초는 내가 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두지 않고, ... 2018.03.15 21 운영자
107697 설교 주를 보라 2018.03.15 27 강승호목사
107696 설교 분당우리교회 주일설교 이찬수 목사 | 세상에 물들지 않을 비결 | 2018-03-11 고화질 2018.03.14 31 분당우리교회
107695 설교 칭송을 받는 교회 2018.03.14 24 강승호목사
»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10> 따뜻한 신앙 선배였던 구봉서 선생님, 그립습니다 “안녕하세요. 막둥이 구봉서입니다.”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 내가 존경하는 코미디언 고 구봉서 선생님이 남긴 유행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 2018.03.14 18 운영자
107693 설교 [가정예배 365-3월 14일] 인생의 밤을 통과하는 지혜(3) 찬송 : ‘하나님의 나팔 소리’ 180장 (통 168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아가 3장 6∼11절 말씀 : 성경은 인생의 밤을 통과하는 우리에게 주님의 지혜를 가르... 2018.03.14 12 운영자
107692 예화 그리스도의 법 2018.03.14 24 한태완 목사
107691 예화 잘사는 것과 바로 사는 것 2018.03.14 25 한태완 목사
107690 예화 실천의 종교 2018.03.14 17 한태완 목사
107689 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9> ‘뺑코’ ‘숏다리’… 단점으로 사랑받게 되는 축복 주셔 ‘뺑코’. 솔직히 말해 그리 멋진 별명은 아니다. 하지만 참 친근한 별명이다. 중학생 때 큰 콧구멍은 콤플렉스였다. 거울을 볼 때 밑에서 비춰보면 콧구멍이 유난... 2018.03.13 28 운영자
107688 설교 [가정예배 365-3월 13일] 인생의 밤을 통과하는 지혜(2) 찬송 :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 570장(통 453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아가 3장 3∼5절 말씀 : 인생의 밤을 통과하기 위해 주님이 가르쳐주시는 첫 번... 2018.03.13 17 운영자
107687 설교 준비중 주일오전 생명의 빛 예수 주일오후 자살하는 이유 오전 설교 주제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 요1:1-5 ‘1.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 2018.03.12 22 강종수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421 Next
/ 5421


기독교 멀티미디어 전문사역자 커뮤니티 admin@godpeople.or.kr Copyright © Since 2001~Now godpeople.or.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