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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목회지는 강원도 홍천군 서석감리교회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한 달에 한 주씩 목회자가 없는 기도처와 교회를 돌며 말씀을 전했다. 성도 수는 적었지만 말씀을 사모하는 영혼을 만나고 돌보는 일은 기적 같은 일의 연속이었다.

율전교회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주일학교 교사였던 성도가 보이지 않아 그의 집을 심방했다. 그런데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먹을 게 없어 며칠을 굶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해 일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딱한 처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급하게 쌀과 옥수수 다섯 말을 갖다 주고 밥을 먹게 했다. 그때 심방을 가지 않았으면 어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장마철에 강물이 불으면 자전거를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야 했다. 세찬 물살을 보노라면 기도가 절로 나왔다. 강을 오가며 주기도문을 셀 수 없이 많이 외웠다. 건물 뼈대만 남았던 외삼포교회는 성도가 한 명도 없는 곳이었다. 매일 동네를 심방하며 교회에 나올 것을 독려하는 게 일이었다. 그때 아내는 농협에 다녔고 난 수입이 없었다. 장모님은 내게 “이 서방 올해까지만 놀 거지”라고 물었다. 그리고 전세방을 얻으라고 돈을 주셨다. 그 돈으로 물 새던 교회 지붕에 함석을 씌웠다.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던지. 예배를 마치면 집사님 한 분이 허리춤에서 계란 한 알을 꺼내 주시곤 했다. 자전거를 타고 30리 길을 오가던 수고가 계란 한 알에 녹아내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외삼포교회는 건물도 번듯해지고 46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를 드리는 곳이 됐다. 그 무렵 난 목사 안수를 받고 홍천감리교회로 가게 됐다.

홍천교회는 지역 군수와 경찰서장, 교육장 등이 출석하는 큰 교회였다. 군수는 교회 성도들과 대화하며 주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마운 분이었다. 교육장은 도서관을 개관하면서 도서목록 1호를 성경책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서장은 내가 춘천 서부교회로 떠나는 날 송별예배 자리에서 다른 성도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교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성도들이 저마다 눈물을 흘리는 걸 봤습니다. 참 목사님의 길은 아름답고 귀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그 눈물이 부럽습니다. 목사님, 부디 춘천에서도 아름다운 목회 이어가 주세요.”

44년 목회를 돌아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 많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내가 담임했던 교회들은 참으로 가난했다. 그래도 성도들의 마음은 부자였다. 목회자에 대한 사랑과 정성은 차고 넘쳤다. 부지깽이도 뛴다고 할 만큼 바쁜 시골이었는데도 성도들은 말씀을 사모해 반짝이는 눈으로 예배에 참석했다. 담임 목회자를 아끼고 위로해 어떻게든 순종하려고 뜻을 모으던 그 모습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결핵성 관절염으로 걷지도 못하던 내게 건강을 주시고 40년이 넘도록 목회를 잘 마치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도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피로 사신 교회, 세상에 이보다 귀한 것이 또 있을까. 이 귀한 교회를 내게 맡겨 주셨으니 감격스러울 뿐이다. 내가 목회한 교회가 크든 작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하나님께서 날 써주셨다는 사실 자체로도 감사하다. 주님이 교회를 사랑하시듯 나 또한 피 흘려 사신 교회를 사랑했노라 고백할 뿐이다.

정리=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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