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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군에 가 있던 3년이 나의 패배의식과 허무주의를 치유하진 못했다. 제대 후 현실은 여전히 암담했다. 고졸 학력에 돈벌이도 없었다. 친구는 끊어졌고 나에 대한 가족의 기대는 사라졌다. 인생을 새 출발할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때 찾은 길이 결혼이었다. 1974년 1월 27살에 아내 박재숙과 결혼했다. 아내는 당시 10년간 내 곁을 지켰다. 나의 지독한 방황과 패배와 좌절을 끌어안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줬던 구원의 여인이다.

아내와 첫 만남은 경북고에 합격한 후 입학식이 있기 전 정월 대보름이 가까웠을 때다. 친구가 먼 친척뻘되는 여학생을 소개시켜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자 꾀를 냈다. 당시 영남지역에는 정월 대보름 때 복조리 파는 관습이 있었는데 복조리 장사로 아내 집에 접근한 것이다.

“사실은 제가 복조리 장사가 아니고요, 따님 만나보고 싶어 왔심더.”

복조리 값을 건네려던 아내의 어머니는 내 본색을 알고 펄쩍 뛰면서 야단치셨다. 한참을 옥신각신했지만 나는 막무가내였다. 어머니는 나의 집안 내력을 들어보고 나서야 다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래, 그럼 니가 교회 나가면 우리 집안에 오는 것 허락하겠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쉬운 조건이었다. 바로 약속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마흔 셋에야 나는 교회에 등록하고 출석했다.

내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장인은 일본에 계셨다. 아내가 아주 어릴 때 일본에 밀항했다. 해방 전 만주 철도 건설현장에서 토목기술을 익힌 장인은 해방 후 전후복구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토목회사를 운영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당시 한·일 간 국교 단절로 왕래가 어렵다보니 아내는 고3이 돼서야 아버지와 상봉했다.

그러니 남편 없이 어린 아내를 키운 장모의 고생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아내의 집안은 사육신의 한 명인 박팽년의 자손 순천 박씨 대종갓집이었다. 아내의 조부는 안동 도산서원 원장을 지냈다. 대종갓집을 지킨 장모는 아내가 3살 때 병이 났다. “교회 가면 병 고친다”는 주변 말을 듣고 아내를 등에 업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는 중학교 때 대구로 나왔다. 장모는 난전에서 장사하며 아내를 교육시켰다.

아내의 순정은 강했다. 고교 시절 실존주의 계곡에서 허우적거리고 ‘재수한다’ ‘삼수한다’ 할 때도, 친구 자살 충격으로 모든 것을 접고 군대로 달려갔을 때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군에 있을 때 아내는 효성여자대학(현 대구가톨릭대)을 졸업했고 제대했을 땐 고려대 대학원까지 마친 상태였다. 빨리 시집가라는 장인의 재촉을 피해 서울로 올라와 대학원에 다녔다. 결국 아내의 순정은 부모를 이겼고 나는 제대 후 장인에게서 결혼 승낙을 받았다.

이번엔 나의 부모가 아내를 불러 엄명을 내렸다. 어머니가 대구불교여신도회 간부를 하셨던 분 아닌가. “우리 집안에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너는 교회 나가면 안 된다.”

이게 웬일인가. 아내도 결연했고 딱 부러졌다. “그러면 결혼 못하겠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 너 혼자만 나가라. 남편이나 자식에게 교회 가자고 하면 안 된다.”

이런 다짐을 받고 아내는 일단 시집을 왔다. 결혼식 풍경은 매우 독특했다. 한쪽에는 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앉아 있었고 다른 쪽에는 승려와 불교 신자들이 앉아 있었다.

정리=정재호 선임기자 jaeho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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